세월호 유가족의 당부 “‘이태원 참사’ 유족 어떤 목소리 내던 듣고 또 들어주길”

“유족의 바람은 하나, 내 아이의 희생 헛되어선 안 된다...결론은 다를 수 있다”

유경근 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예은아빠’ 유경근 전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우리 경험에 비추어 얘기할 것들이 있다. 유가족들을 향한 게 아니라 정부, 언론과 시민들께 하고 싶은 얘기”라며 7일 새벽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유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엄마·아빠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산으로 돌아온 뒤 장례와 삼우제를 마치고 적어도 하루 이틀 이상 홀로 깊은 생각을 하다가 모이기 시작했다. ‘장례를 다 마쳤으니 빨리 나가서 싸우자’하는 부모는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단원고 학부모’라는 공통점, 즉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수 년 이상, 길면 유치원 때부터 10년 친구였기 때문에 한 달여 만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라며 “우리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중, 삼우제를 마치면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목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는 데까지는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찌 됐든 분명히 유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할 거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때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 전 위원장은 먼저 정부·언론·시민에 “유가족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던 충분히 듣고 또 들어야 한다”라며 유가족의 목소리를 끝가지 들어주길 당부했다. 그는 “유가족의 판단 기준은 오직 하나(다) 내 아이, 내 가족의 희생이 헛된 희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판단 기준은 하나여도 결론은 다를 수 있다. 이것도 우리는 인정하고 들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조성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또 정부에 “유가족·피해자 개별 접촉을 중단하고 유가족·피해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모일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과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언론도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실행되도록 취재, 보도해야 하며 특히 유가족·피해자를 서로 갈라치기 하려는 시도나 유가족·피해자는 물론 희생자들을 모욕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는지 세밀히 감시해야 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만일 정부가 안 하면 시민들이 도와야 한다. 모일 공간은 물론 필요한 지원까지”라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유가족·피해자들에게 어느 방향으로든 유도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라며 “요청이 있을 경우 매우 조심스럽게 합리적으로 견해를 전하는 것은 유가족·피해자들이 더 깊은 고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유 전 위원장은 “오늘도 잠 못 자고 허망하게 떠나보낸 아이와 가족들 생각에 고통스러울 유가족과 눈만 감으면 더 생생해지는 참사현장의 아비규환 때문에 고통스러울 피해자들 생각에 답답하고 화가 난다”라며 “‘재미있게 놀고 와’ 인사했던, 용돈까지 쥐여 주었던 내가 아이를,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자책할 엄마·아빠들... 여전히 같은 자책을 하는 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너무 불쌍하다. 유가족은 불쌍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전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이번 참사를 ‘10·29 참사’라고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비록 10·29 참사가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이름인 것은 알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라며 “명칭에 대한 견해는 따로 올리겠으나, 내 견해와 다르다 하더라도 유가족·피해자들이 정하는 명칭을 따라 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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