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도중 공개한 화면. 서로 연관이 없는 이미지를 엮어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국민의힘에서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이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근거 없이 떠돌고 있는 황당한 음모론을 국회에서 제기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되레 폄훼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진행된 현안 질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사안의 진실을 두고 온갖 얘기가 떠돌고 있다. 우발적 발생이란 말도 있고 불순세력 개입 얘기도 있다. 이 내용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이게 떴다는데 이게 사실이냐. 민주노총과 관계된 두 사람이 사망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민주노총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두 명의 조합원이 사망했다며 이를 추모하는 이미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이게 사실이냐고 이 의원이 윤 청장에게 따진 것이다. 이에 윤 청장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떠있다고 저도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각시탈을 쓰고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가 찍힌 사진을, 민주노총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이미지와 함께 공개한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태원 참사로 숨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시탈을 쓴 사람들과 동일인물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각시탈을 쓴 사람들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참사 당일 현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옆에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확실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자료사진 ⓒ뉴스1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오늘 특수본(특별수사본부) 기자 브리핑이 있었고, 이 (각시탈 인물) 사진에 대해 1차로 확인한 것을 공개했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청 특수본 김동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변인은 “CCTV 수사를 통해 (각시탈을 쓴 인물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Jim Beam, 미국 위스키 브랜드)으로 확인됐다”며 “사진 촬영 위치 등으로 봐 혐의점은 없어 보이는데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그 사람들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계속 제기한 셈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경찰 지휘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음모론에 편승해 희생양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나아가 이 의원은 부실 대응으로 결국 대기발령이라는 경질성 조치를 받은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에 대해 “직무유기 차원을 넘어 그날 행적을 보면 고의적인 방기에 가깝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주무 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 장관에게 “엄청난 상황에서 경찰로부터 보고를 몇 번 받았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경찰로부터 한번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게 말이 되느냐. 경찰국 만들어서 경찰을 장악하려고 한다, 군사정권시절로 돌아간다, 온갖 얘기를 다하면서 그걸(경찰국을 경찰이) 거부했다”며 이 장관이 밀어붙인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정당했다는 주장을 뜬금없이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