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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참사 4일 전 용산구청 간부회의서 “금토에 엄청난 인원, 안전 중요”…준비는 없었다

10월 25일 확대간부회의서 부구청장 각별 지시…핼러윈 대책 논의 주요 회의 모두 불참 박 구청장, 안전관리 지휘 역할 부재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 남이장군 사당에서 열린 ‘제40회 남이장군 사당제’에 초헌관으로 참석하고 있다. 남이장군 사당제는 조선시대 무장이었던 장군의 애국충정을 기리고 구민 무병장수, 생업번영을 기원하는 전통문화 행사다. (용산구청 제공) 2022.10.25 ⓒ뉴스1

이태원 참사 발생 4일 전, 용산구청 내부 회의에서 핼러윈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 회의에서 5분 만에 자리를 뜬다. 그는 핼러윈 안전사고 대책을 논의하는 주요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8일 용산구청 인터넷방송에 게재된 ‘10월 2차 확대간부회의’ 영상을 보면, 유승재 부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안전사고를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의는 지난달 25일에 열렸다. 유 부구청장 당부는 각 부서 과장들의 보고를 받은 뒤, 마무리 발언에서 나왔다.

용산구청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례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다. 각 부서 과장들의 보고를 받은 유 부구청장은 “아까 위생과에서 핼러윈에 대비해 식품접객업소를 점검한다고 했는데, 식품접객업소도 업소지만, 코로나 때도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짚었다. 과장들의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꺼내며 각별한 주의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참사 지점과 이어지는 세계음식거리에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점까지 유 부구청장은 짚었다. 그는 “저도 매번 핼러윈 현장에 나가봤는데, 그때는 뭐 방역 게이트도 세우고 특별하게 했는데, 그때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며 “세계음식거리 쪽은 거의 밀려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 부구청장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핼러윈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이번에는 방역도 많이 해제되고 저희 이태원축제 때도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왔지 않은가”라며 “그런데 예전에도 보면, 그때보다 더 많은, 집중적으로 오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는 어마어마하게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부구청장이 언급한 이태원축제는 용산구청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이태원지구촌축제를 이른다. 참사 2주 전에 열린 해당 축제에는 참사 당시보다 5배 많은 100만명이 오갔다. 수많은 인파에도 용산구청이 적극적으로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 이행한 결과 무사히 마무리됐다.

핼러윈과 관련해서도 사전 대책이 강조됐다. 유 부구청장은 “식품 안전도 안전이겠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는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노력해달라”며 “우리가 미리미리 예측 가능한 건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당일날 특히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며 충분한 인력 배치 필요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용산구청 확대간부회의 ⓒ용산구청 인터넷방송


표창장만 주고 문화행사 간 박희영, 간부회의·간담회·대책회의 모두 불참

사전 대책 수립 과정에 박 구청장은 없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확대간부회의 당시 박 구청장은 국민의례 이후 모범국민 표창과 직원 표창 등 표창장 수여만하고, 5분 만에 자리를 뜬다. 구내 남이장군 사당에서 열린 사당제에 참석한다는 게 이유였다. 남이장군 사당제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0호로 등록된 전통문화 행사다. 박 구청장이 나간 뒤로는 유 부구청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박 구청장의 핼러윈 대응 지시·지휘 역할 부재 가운데, 유 부구청장의 당부는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확대간부회의 이후 두 차례의 회의가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확대간부회의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교통공사 이태원역장, 상인연합회가 가진 4자 간담회에 참석한 구청 관계자는 자원환경순환과 2명이 전부였다.

구청은 오히려 용산경찰서로부터 안전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22년도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 내용’을 보면, “경찰 측은 질서유지 등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 중인데 단지 쓰레기 수거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지휘체계로 보고해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이라고 적혀있다.

박 구청장은 기존에는 구청장이 주재하던 핼러윈 대비 대책회의도 부구청장에게 넘겼다. 지난달 27일 대책회의에서는 유 부구청장 주재하에 관련 11개 부서장이 부서별 자체 계획을 공유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핼러윈 대책회의에 왜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참석했느냐’는 질의에 ‘관례대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2021년과 2020년에는 성장현 당시 구청장이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사고 예방 대책은 부실했다. 경찰에 인파 통제 인력 지원을 요청한다든지, 자체적으로 인력을 배치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행정지원반이 핼러윈데이 대비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현안질의에서 참사 당일 상황 인지 경로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문자로 받았다”고 말했다.

‘확대간부회의에서 부구청장이 안전사고 대책을 각별히 당부했음에도 이후 회의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 등 묻기 위해 용산구청 홈페이지에 기재된 박 구청장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원이 꺼져있었다. 다른 홍보팀 연락처도 전화가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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