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기 몰린 문방구…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문구업계·진보당, 문구소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진보당,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이 8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구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점점 찾아보기 힘든 학교 앞 문방구들의 폐업 속도가 최근 빨라지고 있다. 문구류까지 취급하는 유통 기업들 때문이다. 문구업계는 문구소매업을 보호하기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조속히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진보당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문구업계는 8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 없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는 다이소 등 유통 대기업에 맞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구소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앞 문방구는 이미 지난 2011년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었다. 이에 지난 2015년 동반성장위원회는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문구소매상들의 생계도 어려워졌다.

최근 오프라인 등교가 다시 시작됐지만 문구소매점들은 활기를 되찾기보다 오히려 폐업 걱정을 하고 있다. 다이소가 점포 확장이 큰 타격이다. 다이소가 점포를 늘리면서 접근성도 좋아지니 학교 앞 문방구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볼펜 2~3개를 묶어 1~2천원에 판매하는 다이소 물량 공세에 학교 앞 문방구는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실제로 일산 마두역 주변 1.6km 이내 다이소 매장이 6곳으로 늘어나면서 문구소매점 6곳 이상이 폐업했다. 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0년 약 1만6천개의 문구점이 있었지만, 현재 약 8천여개의 문구점이 남아 있다. 10년 사이 절반가량 폐업한 것이다.

일산 지역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이중은 예스통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매상들이 줄어들면서 조금이라도 먹고 살아보려고 가족·지인을 동원해 소매점도 열었는데 인근에 다이소가 들어서자마자 매출이 20~30% 떨어졌다"면서 "직원들도 못 먹여 살릴 형편이 되니까 소매업 두 군데는 결국 폐업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여년 문구도매상을 해온 이 대표는 한 때 100여곳의 소매상에게 물건을 납품했지만 이제 20여곳 정도만 남았다고 전했다. 그는 "도매상이라고 하지만 이제 도매상이 아니다 소매상도 하고, 거의 동네 구멍가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도 두 곳이나 폐업한다며 물건을 처분해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문구소매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도 올해 7월 해제되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막도 사라진 상태다. 이에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문구업계는 지난 7월 동반성장위에 문구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위가 해당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친 뒤 판단을 내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이 같은 절차에 통상 1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업종·품목에 대한 대기업·중견기업의 진출이 제한된다. 

진보당,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이 8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구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문구점 벼랑 끝으로 모는 다이소,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아"


다이소는 현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와 달리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이소는 소매점인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분류돼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하는 규제 대상 조건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점포나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기업 등이 운영하는 종합판매 소매점이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 다이소는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의무휴업 등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된 문구류에 대해 낱개 판매 금지의 규제만 받고 있었다.

마땅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다이소는 급격하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다이소 매장은 지난 2021년도에는 2020년 대비 51개의 매장이 증가했다. 매출은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2017년 1조6,340억원에서 2018년 1조9,785억원, 2019년 2조2,362억원으로, 연평균 3,000억원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장낙전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대표이사는 "우리 조합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문방구를 운영해서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문방구가 태반"이라며 "그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작게나마 보호를 받아왔는데, 올해 7월 31일자로 만료되면서 최소한의 보호막이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대형매장들이 무분별하게 세를 확장시켜도 더 이상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이사는 "문구소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그래도 최소한 10년 동안은 유통대기업들이 영세한 골목상권을 함부로 침범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면서 "또 다이소 등 대형매장에서 학용품을 판매할 때도 묶음판매만 허용하도록 하고, 판매하는 품목도 일부 제한해 문구 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문구업체를 벼랑끝으로 밀어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다이소의 확장"이라며 "다이소는 2조원의 매출영업 실적을 보유하는 기업이 됐지만, 각종 유통법 규제에서 빠져나가고, 영업시간이나 의무휴업 규제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문구점의 폐업의 피해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이어질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그마저 있던 동네 문구점도 사라지게 된다면, 문구용품의 다양성이 사라져 학생들의 선택권이 없어지며, 획일화된 문구용품 구입으로 학생들의 창의성 또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이소 측은 문구소매상들의 어려움은 자신들이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서 2021년에 문구점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형 온라인 기업으로 인한 매출감소와 임대료를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았다"면서 "문구업 자체가 학령인구 감소,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성장으로 힘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문구용품을 다이소 말고 대형마트에서도 팔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문구업계와 진보당은 이와 함께,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문구소매점과 상생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기본 학용품 및 학습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이들은 "전자입찰 및 최저가 입찰을 통한 일괄구매 제도는 문구용품 품질저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품질 안전이 확인이 안 돼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 소도시의 학생들이 학습준비물, 다양한 종류의 문구용품을 구입하는데 제한이 없도록 문구소매점 보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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