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리에 집착하는 이상민 장관의 비겁함

이토록 후안무치한 장관이 있었던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8일 국회에서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위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관직에 대한 집착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더라도 이 장관이 재난과 안전관리 주무 부처 책임자로서 적절하게 대처했다고 볼 수 없다. 이 장관의 국회 답변에 따르더라도 참사 당시 했던 일은 보고를 받고 나서 “상황 파악해 널리 전파하라”고 지시한 게 전부나 다름 없다. 구체적인 지휘가 아니란 지적에 대해선 “저한테 연락이 올 정도면 이미 소방청장에 연락이 갔었겠죠”며 조롱조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공권력 행사’ 엄포를 놓고, 경찰지휘부는 물론 특공대까지 불러 모아 대책회의를 주재했던 사람이 이 장관이다. 법적 권한이 없는 치안 사무에는 헬기까지 타고 다니며 지휘권을 행사하던 이 장관은, 재난안전법 제6조에 행안부 장관 업무로 명시된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는 철저한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7일 열린 국가 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일선 경찰을 강하게 질타하면서도 행안부 장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재신임 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회에서 ‘경찰 책임론’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이 장관의 경질은 “급한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이 장관 지키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 장관의 책임 회피는 결국 대통령이란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재난 관리 전문성이 없는데도 행안부 장관이 된 것은 대통령 측근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임명 당시부터 나오기도 했다.

이 장관이 장관 자리를 지키는 대가는 일선 경찰과 소방이 치르게 생겼다. 이제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책임을 ‘용산 쪽의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로 돌리고 있다. 이러다가 정부는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인파를 정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장 경찰관 때문에 참사가 일어났다고 할 태세다. 사퇴 요구에 대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이 장관의 태도는, 뻔뻔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한 조직의 ‘수장’ 행세는 하면서도 책임은 일선에 미루고 있다. 이런 비겁한 장관 아래서 어느 누가 소신껏 행정을 할 수 있겠나.

대통령실의 최근 분위기로 볼 때 그는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장관은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장관은 그동안 화려한 엘리트 법조인과 고위 공무원의 길만 걸으며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한사코 회피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타깝고 어이없는 참사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이 결국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이 장관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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