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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전령

싱어송라이터 이소의 정규 음반 [이소]

이소 2집 ⓒ미러볼뮤직

세상의 모든 예술은 둘 중 하나다. 아는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거나,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싱어송라이터 이소가 내놓은 정규 음반 [이소]는 전자 쪽이다. 이소가 연주곡을 포함한 10곡의 노래들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묶여있는 실 한 가닥 / 인연이란 이름으로 용케 우리 함께 하네”(‘물결’), “이 세상에 나 하나 사라진대도 /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아”(‘이소 블루스’) 같은 곡은 누구든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생각들이다.

그런데 이소는 누구든 한 번쯤 해봤을 이야기를 인용한 노랫말처럼 조금 다르게 써 내려갔다. 어떤 노래는 잠과 꿈의 시간을 노래하고, 어떤 노래는 외로움과 막막함을 노래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도의 삶이나, 삶의 어려움과 혼란을 노래하기도 한다. 기쁨보다는 슬픔 쪽으로 머리를 기댄 노래들은 그럼에도 비관이나 절망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이소는 “슬픔이 떠나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e_so(이소) - Nest(둥지)

이소는 노래마다 간명한 테마를 제시하고 반복하면서 자신의 삶과 상념들을 음악으로 완결한다. 속삭이거나 메마른 목소리는 들뜨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노래는 일렉트릭 기타나 오르간, 프로그래밍한 사운드의 몽롱한 기운 안에서 유동한다. 간명한 노래가 흔들리는 소리 안에서 흘러나올 때, 이소의 노래는 다른 포크 싱어송라이터와 다른 이소의 어법을 완성한다. 음반 안의 사이키델릭한 소리들은 이소가 꿈꾸는 세계나 흔들리는 내면을 동시에 반영한다.

이소 자신과 강원우, 레인보우99, 이디라마가 함께 짜놓은 소리들은 해사하게 환상적이기도 하고, 은은하게 평화롭기도 하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포크 음악 대신 신시사이저를 충분히 활용하고 공간감을 부풀린 이소의 음악은 그가 음악으로 표현하려 하는 알 수 없음의 고통과 탄식, 위로의 기원을 전달하면서 일상이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숨어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것이 이소가 아는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가수 이소 ⓒ이소 페이스북

이소는 아는 이야기, 해봤을 생각을 평이하게 재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생각이 흐르고 흘러 닿을 자신의 내면과 공상, 그리고 자의식과 무의식까지 사운드로 창출한다. 그 순간 음악을 듣는 이들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내면으로 향할 기회를 얻는다. 이것이 예술이 선보일 수 있는 사유와 해방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시공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지금 인식하는 진실이 우리가 알 수 있는 진실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안과 밖에는 더 많은 세계가 넘실거린다. 이소의 음반은 그 세계로 이끄는 전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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