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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막느라 허덕댔는데 ‘참사방조범’이라니...현장 경찰들 ‘울분’

참사 책임 모조리 경찰에 전가하는 정권, 경찰 내부서 반발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1.07. ⓒ뉴시스

“안전사고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경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앞에 두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은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을 못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여파인지,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에서 여당 의원들도 경찰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태원 관할 용산경찰서장을 향해 “업무상 과실치사, 참사 방조, 구경꾼, 살인방조에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열린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출발해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 이태원 참사 당일인 29일에 열린 집회는 이보다 규모가 작았다. ⓒ뉴시스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다 경찰이 맡아서 할 수 있느냐”

그동안 이태원 참사 책임에 고개를 숙이고 숨죽이고 있던 경찰 내부가 분노로 들끓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은 당연한 것인데, 재난에 대비하고 국민 안전에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경찰의 문제로만 한정해 규정하고, 경찰을 엄단 수사와 처벌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윤 대통령은 정작 재난 안전의 총괄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대통령비서실 산하)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에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일선 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한 경찰관은 “대통령을 비롯해 직급 높은 분들이 현장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데 대해 경찰들 사이에선 분노도 나오지만, 그보다 자괴감과 서러움이 가득하다”며 “우리가 열심히 뭘 하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 내부의 이러한 분위기는 대통령 사과와 국무총리 사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고인과 유가족을 앞에 두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냥 벙어리 냉가슴으로 있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다 경찰이 맡아서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경찰관은 “재난안전기본법에도 국가와 지자체가 (재난안전을 대비)하게 돼 있다. 경찰은 긴급한 순간에 대응하는 것이고, 재난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분명히 고도화된 사회이고, 이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한 기능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사회 구조 인프라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며 “그런데 왜 정부는 ‘경찰국가’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6.19. ⓒ뉴시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책임론도 불가피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는 이번 참사로 인해 이미 초토화된 상태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그 아래 간부급도 모두 수사 대상이 됐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인근 대통령실 주변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실 경호경비에만 집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이전 청와대)이 종로경찰서 관할에서 용산경찰서 관할로 이전하게 되면서 경찰 업무가 대통령실 경호경비에 쏠리게 된 탓에 이태원 참사 대응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경찰만 집중적으로 질책하고 있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일에 대통령실 인근을 비롯해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67개 경찰 기동 부대가 배치됐다.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 지역의 경우 집회 신고는 없었지만 2개 기동대가 교대로 근무했다. 반면 인파가 몰린 이태원 참사 현장엔 혼잡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며 사고 책임을 집회로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로 인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가 부각되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뒤늦게 “대규모 진보·보수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을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태원에 경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명확히 해명하지 못 하고 있다. 

그동안 관광특구인 이태원 일대 관리 정도에만 머물고 있던 용산경찰서의 업무 시스템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일찍이 제기됐다. 광화문 인근에 집중되던 집회·시위가 국방부 청사 인근 곳곳으로 옮겨오게 되면서 경찰은 여러 변수를 대비해야 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한 공간에 있던 기존 청와대와 달리 용산 대통령실은 집무실과 관저가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어 그만큼 경호경비 범위도 넓어졌다.

이에 경찰 지휘부는 인력 확충과 시뮬레이션 등으로 철저히 대비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충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기존 청와대 경호경비 인력이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근무지를 옮겨가게 됐고, 그러다보니 근무환경이 기존보다 많이 열악해져서 경찰 내부적으로도 고충이 많았다”며 “기동대 연장근무도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예전엔 집회가 있더라도 종로·광화문 중심이었고, 오랜기간 종로 중심의 경비 업무가 정착돼서 비교적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했는데,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하루하루 경호경비 업무를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용산경찰서의 업무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대통령 경호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격 재편됐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담하던 ‘금융범죄수사팀’을 대통령 취임 이튿날 직제개편으로 해체하고 집회시위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에 인력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용산경찰서 내부에선 업무 부담과 혼선이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예산 확보 같은 것도 제대로 안 되다보니 용산경찰서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다”며 “경찰이 경비를 담당하긴 하지만 근본적인 지시는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한다. 경찰은 경호처의 지시를 우선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경호경비 인력을 그쪽으로 배치하는 바람에 재난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서에 속한 간부급 경찰관은 ‘대통령 경호와 경비는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입장을 거론하며 “(용산경찰서 입장에선) 그게 답”이라고 꼬집었다. 이 경찰관은 “경찰이 될 때 경호업무는 ‘지상 최고의 업무’라고 배웠다. 문제는 용산경찰서가 오로지 대통령실 경호업무에만 매몰돼 있다보니까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찰관은 “만약 경호인력을 이태원으로 돌려서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서 비극을 막았다면 당연히 좋았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사람들은 경찰 인력이 어떻게 배치됐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감히 경호인력을 빼서 집회에 대비하지 않고 핼러윈 축제를 대비했냐’며 뭐라 할 것”이라며 “어떻게든 경찰은 욕을 먹게 돼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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