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성철 칼럼]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한 윤석열 정부와 동조한 거대 양당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되찾기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

빈곤사회연대 활동 관련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 위치한 그랜드센트럴 빌딩 A동을 찾았다. 대리석으로 꾸며진 내부는 화려했고 천정도 높았다. 각 층 사무실로 이동하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는데, 보안카드가 있어야만 접근 가능했다.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건물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주소가 ‘세종대로 14’로 나오는 그곳은, 과거 남대문로5가동 쪽방을 없애고 만들어진 건물이다.

지난 2015년 10월, 100여 명의 남대문로5가동 쪽방 주민들은 일방적인 퇴거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살던 방에서 나가야 하는지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했다. 명목상으로는 안전진단 상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실제론 지금의 그 비싼 건물을 짓기 위해 쫓아낸 것이었다. 법에서 정한 개발 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안전진단을 이유 삼아 사전 퇴거를 하도록 한 것이었다.

20일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일대의 모습. 2020.01.20. ⓒ뉴시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남대문로5가동의 당시 상황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쪽방 개발의 역사는 주민 축출의 역사로 요약된다. 영등포와 동자동에서도 그렇게 여럿이 삶터에서 밀려났다. 밀려난 주민들은 인근 쪽방이나 고시원 또는 거리로 터를 옮겨야 했고 비슷한 상황에서 또 다른 퇴거 위협과 반복해 마주해야 했다.

‘왜 쪽방에 사는가?’란 질문은 무의미하다. 왜 직장에서 먼 동네에 사는가? 왜 전세자금을 대출받는가? 왜 전세자금 대출을 문의하고 신청하는데 온 에너지를 쓰고, 또 좌절을 경험해야 하는가? 왜 2, 4년에 한 번씩 이사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 모든 질문과 같은 맥락에 답이 있다. 세입자 지위가 불안한 세상, 장기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사회, 서민 주거권보다 토건 자본의 이윤이 우선인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 이런 속에서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주거 불안과 위기는 상황과 정도만 다를 뿐 원인은 같다.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 7천억 삭감한 윤석열 정부

현재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빈곤철폐의 날, 반빈곤운동 단체를 비롯한 주거·청년·복지·시민단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5조 7천억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5%대로 낮다. 낮은 공공임대주택 재고율과 불안한 세입자의 지위는 시민들이 주거 문제를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했다. 주택 가격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너무도 비싸진 도시 주택의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생활권에서 더 멀고, 더 좁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공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난 서울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던 40대 여성 A씨와 B씨, B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신림동 반지하 주택 모습. 2022.08.09 ⓒ민중의소리

정부가 바뀌어도 주택은 계속 공급됐지만, 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공간에 사는 이들의 숫자는 증가했다.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을 용인한 결과는 끔찍했다. 지난 8월 수도권에 집중됐던 기후재난 폭우로,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4명이 사망했다. 앞서 4월에는 영등포 고시원서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사건은 특별하지 않다. 반복되는 비극이다. 앞서 2018년엔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화재 참사가 났고, 그 이전 이후로 집 답지 않은 집은 계속 삶을 집어삼켰다. 이는 국가가 주거권 보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사람들을 내몰아 온 결과다.

이렇게 한국에는 지하·고시원·쪽방과 같은 집 아닌 공간에 거주하거나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삶을 사는 주거빈곤가구가 200만에 달한다. 그런데도 집 부자 상위 100명은 평균 207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정말 주거 불평등이 극심한 사회다.

늦은 밤 공공임대주택 2023년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의 모습. 2022. 10.21 ⓒ빈곤사회연대

공공 임대주택 예산 삭감, 주거권 후퇴에 한뜻인 거대양당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주거권 후퇴 예산안은 이번주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탄스러운건 국민의힘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공공임대주택예산 삭감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총평 및 심사 방향”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힘이 민생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비판하며 “국민이 필요로 하고 체감하는 5조원 규모 10대 민생사업 증액”을 심사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중 공공임대주택 예산의 경우 6,993억 증액만을 목표로 했다. 5조 삭감은 그대로 두겠단 의미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선동”을 한다며, 5조 7천억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문재인 정부 시기 전세 시장이 불안정해 대응하기 위해 증가된 예산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는 5조 7천억 삭감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양당이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에 동조하고 있다. 국민의 주거권과 생활 안정에 책임을 져야 할 이들에게 국민이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쪽방, 고시원 같이 집 답지 않은 공간에서 위기를 감내하며 사는 사람, 전월세 인상과 이사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대출을 더 해줄테니 빚내서 그냥 집을 사라는 것은 전혀 대책이 아니다. 빚내서 산 집의 대출금을 갚으며 금리 변동에 불안해하며 사는 게 주거권 보장이 아니다. 도시 주택의 가격이 땀흘려 번 임금으론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르도록 내버려 두곤, 생활권에서 먼 곳에 살아도 괜찮다며 신도시를 계속 지어대는 것도 그렇다.

2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주거복지 예산 후퇴 말고 대폭인상!”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 7천억 삭감한 정부 규탄” “내놔라 공공임대”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진행했다. 2022.11.09 ⓒ빈곤사회연대

주거권은 기본권,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에 함께하자

국회 앞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엔 정말 다양한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공공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동자동과 양동 쪽방지역 주민들, 고시원 등 거처에 살며 임대주택 입주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이들, 빈곤의 하향곡선을 거쳐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거리 홈리스들,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염원하는 장애인들이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청년, 노동자 등 주거불안을 마주하고 있는 많은 이들도 24시간 함께하는 중이다.

농성을 시작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 맡겨놨냐’는 류의 비난의 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이는 모두의 안전보다 소수의 이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며,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 온 정치의 책임이다. 

집 때문에 일상이 뿌리부터 휘청이는 삶이 왜 당연해야 하나. 주거권은 내일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우리 모두는 물러서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거대 양당은 예산 삭감을 원상 복귀하든, 주거권을 후퇴시키지 않을 예산을 내놓든 하나는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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