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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세상읽기] 영웅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다가올 겨울이 더 엄혹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러시아와의 겨울 전쟁이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사람은 나폴레옹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위인전 속  나폴레옹은 영웅이었습니다. 우리는 영웅의 참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요? 그를 묘사한 두 점의 그림을 비교하며 이 점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 알프스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1802, oil on canvas, 273cm x 234cm ⓒ베르사유 궁, 프랑스

루이 16세 시절부터 화가로 활동했던 다비드는 프랑스 혁명정부를 거쳐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던 시기까지 프랑스 미술계를 주름잡던 화가였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잘 탔던 화가이지만 ‘모든 기법을 다 사용할 줄 알았다’라는 말처럼 신고전주의 대가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가 왕정으로 복귀하자 벨기에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나폴레옹의 영웅적인 모습을 가장 잘 담아 낸 화가였습니다.

그의 그림 속 1800년 5월,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의 오스트리아 군을 공격하러 가는 나폴레옹은 앞발을 치켜든 말과 휘날리는 붉은 망토의 모습이 S자를 이루며 완벽한 영웅 같습니다. 고개에 있는 바위에는 나폴레옹과 한니발, 카를로스 대제의 이름을 적어 놓아 나폴레옹을 두 사람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나폴레옹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 작품은 조금씩 다른 색상으로 총 5점이 그려져 여러 곳에 전시됐는데, 현재 베르사유 궁에 걸려 있는 것이 가장 먼저 그려진 그림입니다.

폴 들라로슈,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1850, oil on canvas, 279.4cm x 214.5cm ⓒ워커갤러리, 영국

앞선 다비드의 작품과 같은 제목이지만 그림 속 내용은 아주 다릅니다. 나폴레옹이 권좌에서 물러난 지 40년 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해도 노새를 타고 눈 쌓인 산길을 농부의 안내를 받아 올라가는 나폴레옹의 모습에서는 영웅적인 면모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그려진 것일까요? 영국의 아서 조지 온슬로 백작은 나폴레옹 관련 물건을 상당히 많이 수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다비드의 작품이 루브르에 전시되고 있을 때, 폴 들라로슈와 함께 다비드의 작품을 보러 갑니다. 비현실적인 작품의 내용을 본 백작은 들라로슈에게 좀 더 사실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을 의뢰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이 작품입니다.

들라로슈는 같은 내용의 작품을 총 3점 그렸는데 한 점은 영국의 워커갤러리, 또 한 점은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크기가 조금 작은 작품은 빅토리아 여왕이 소유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상당합니다. 작품 내용이 충격적이어서인지 들라로슈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화가의 자질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영웅을 보통 사람으로 묘사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런데 들라로슈는 나폴레옹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는 수많은 영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봅니다. 만들어진 영웅도 있고 실제로 영웅적인 일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그 사람의 참모습일까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영웅의 시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우리 시대에 너무나 많은 ‘일그러진 영웅’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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