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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기자는 안 태워간다’는 윤 대통령의 치졸한 태도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16일까지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일정인데,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도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엉뚱한데 있다. 대통령실이 느닷없이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탓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UN방문 당시 비속어 논란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XX들이"라는 비속어를 섞어가며 "바이든은 X팔려서 어쩌나"로 들리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이후 대통령실은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면서 해당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놀라운 건 윤 대통령 자신은 이날 어떤 말을 했는지를 한 번도 해명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실과 여당이 나서서 온갖 변명을 내세웠고, 나중엔 아예 '이 XX'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MBC와 동일한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물론 해당 보도가 틀렸을 수 있다. 발음이 부정확할 수도 있고, 잡음 때문에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을 윤 대통령 자신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아랫사람들을 잡도리해 언론 탓만 하는 게 정상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이를 이유로 특정 매체의 기자를 전용기에서 배제하겠다니 그 발상이 참으로 유치하고 졸렬하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순방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MBC 취재진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무슨 국익이 어떻게 훼손되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은 기회만 주어지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를 강조해왔다. 언론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임은 상식이다. 권력자를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야말로 언론 자유의 핵심이다. 심지어 '가짜 뉴스'라 하더라도 권력이 나서서 이를 규정하고 단죄하려는 건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결국 윤 대통령의 '자유'는 대통령 마음대로 한다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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