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미국 정치, 왜 50대 50의 대결이 됐을까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성난 지지자가 조 바이든 당선 축하 군중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면서 선거인단 273석을 확보,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됐다. 2020.11.08.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미국 하원의원 435명, 상원의원 35명, 주지사 36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8일 시행됐다.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 사이에 시행되기 때문에 중간선거라 불리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지만, 상원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초에 실시되는 조지아 1개 주의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상원의 향방이 갈린다. 이런 박빙의 승부가 미국에서 이어진지 한참 됐다. 어쩌다가 미국이 이렇게 됐는지 살펴보는 애틀랜틱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y Is America Always Divided 50-50? 

상원의 3분의 1과 하원을 놓고 싸우는 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또 다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벌였다. 어느 당이 상원을 장악할지가 1석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민주당과의 차이가 예상보다 작다. 전국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유권자는 46%와 45%였다.

두 정당은 이번 선거 훨씬 전부터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경제의 격렬한 소용돌이와 우익 반민주 정치의 무서운 부상, 민주당과 공화당의 큰 정책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선거는 마치 동전을 던져서 결정된 듯 두 당의 결과는 비슷했다. 몇 십 년 전이라면 민주당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보다 15% 포인트나 낮다면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껏해야 공화당이 유리하다 전망만 나왔다.

많은 통계에서도 동일한 추세가 나타난다. 하원과 상원을 장악한 정당이 더 빨리 바뀌고 어떤 정당도 지속적으로 우세를 유지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1955년부터 1995년까지 하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제는 15년에 한번 꼴로 하원의 주인이 바뀐다. 다수당과 소수당이 차지하는 하원 의석수의 차이도 점점 줄었다. 1959년과 1995년 사이에 그 차이가 최소 50석이었고, 세자릿수일 때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이번 중간선거 전 하원에서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겨우 8석이 많았다. 대선에서 두 정당 후보의 득표율 간의 차이도 점점 줄고 있다. 지난 6번의 대선 중 5번이나 5% 포인트 이하의 차이로 승자가 결정됐다. 이제 모든 선거가 박빙이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파급력이 큰 정책도 몇몇 주에서, 그것도 몇 천 표에 의해 계속 결정된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좋은 추세가 아니다. 참여도가 높고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놓고 벌인 두 정당 간의 경쟁 때문에 동전 던지기 선거가 된 게 아니다.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정치적인 정체와 극도의 양극화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어느 쪽이 승리해도 자기 뜻을 펼칠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때문에 어느 쪽이 패배해도 분골쇄신할 정도의 굴욕적인 패배가 아니기 때문에 세력의 재편성과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프린스턴대학의 정치학 교수 프랜시스 리의 말대로 선거에서 이긴 정당도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양당은 서로에 대한 ‘영구적인 선거운동’에 매진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없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게임 이론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두 개의 정당이 있다. 양당 모두 자원도 많고 중도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이 매우 크다. 그래서 정책을 이리 조정하고 저리 조정한다. 양당 모두 선거에서 더 잘 이기게 되고 유권자와 야당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장 조직화 능력이 커지며 게리맨더링을 더 잘 활용하게 된다. 그 결과 중도층은 점점 줄어들고 선거는 점점 50대 50의 결과에 가까워진다.

이 가설이 부분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밴더빌트대학 정치학 교수 존 사이드스는 오늘날의 정치적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게임이론보다 역사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이드스 교수는 미국이 사실상 오랫동안 1당 국가였던 것은 남부 때문이었고, 그것이 사라지면서 50대 50으로 나뉘는 유권자와 정권이 계속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대공황 때 남부 백인과 뉴딜 정책 지지자들 덕분에 의회에서 거의 흔들리지 않는 다수당이 됐는데, 1960년대에 남부 백인이 흑인을 돕기 위한 민주당의 재분배 정책과 인종차별 해소책에 반발해 공화당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뉴딜 정책의 정치적 중요성이 사라지면서 두 정당은 더욱 경쟁적이 됐고, 지지 기반이 점점 비슷해졌다. 공화당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감세와 작은 정부론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야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야 민주당을 대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체세력으로 인정 받았다. 같은 해 공화당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을 장악했고, 1994년 40년 만에 드디어 하원을 차지했다.

오늘날의 불안정성에 관해 이와 관련된 설명 중 하나는 점점 심해지는 양당의 양극화이다. 20세기 초반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이 상당 부분 겹쳤고, 양당 의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양당의 정책적 차이는 극명하고 유권자도 변해 주지사, 상원, 하원, 대통령 등의 선거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한 당을 선택해 예전보다 더 열성적으로 계속 지지한다. 한 정당의 지지자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졌고, 다른 정당 지지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함께 어울리는 경우가 줄었다. 이런 양극화는 선거에서 어느 한쪽이 압승하거나 대패할 가능성이 줄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데에 한몫 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정당과 정치인이 설득할 수 있는 유권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박빙의 승부와 빈번한 권력 교체는 당파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당도 스스로를 영구적인 다수, 혹은 영구적인 소수로 인식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다수의 지위를 잃거나 소수의 지위를 벗어날 수 있으니 양당 간의 협력이나 양보가 줄고 오늘날 미국 정치의 특징인 날카로운 논쟁 일변도의 대결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 선거의 과열된 경쟁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정부를 유권자의 요구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유권자의 생각은 별 차이가 없는데 아주 작은 득표율 차이로 국가의 정책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선거에서 오랫동안 이기지 못하거나 완패하는 경우가 적어진 것은 양당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따금씩 정권에서 완전히 배제되면 정당은 개혁과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정당은 몇몇 주에서 어떻게 하면 몇 천표를 더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이나 가치를 고민하며 평균적인 일반 유권자의 요구에 더 잘 반응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정치 문화는 이런 긍정적인 요소를 모두 말살시켜 버렸다. 양당 모두 장기간 권력에서 밀려나면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장기간 권력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도, 실패해도,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각 선거에 너무 많은 것들이 걸려 있게 되면서 유권자의 불안감과 긴박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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