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금 바로 진보] 세월호 그리고 이태원 세대가 묻는다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아프고, 슬픈 마음에 글을 쓰고 싶지 않다가도, 이제는 그때와 다르게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성을 되찾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10대였던 우리는 20대가 되어 잔인하도록 무능한 정부를 다시 보았고, 이러한 정부 때문에 다시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인서울’ 대학을 가야하는 사회, 대기업에 취직해야하는 사회, 경쟁에 이겨야 성공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10.29 참사’를 보면 국가가 청년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된다. SPC계열 제빵공장에서, 코레일 철도 위에서,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잔혹한 노동현장에서 별이 되어버린 청년들을 생각해도 이 질문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 발언 중

국가 책임에 대한 질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 경찰과 소방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궤변과 더불어 정부 고위공직자 및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비상식적 대응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무능 때문에 발생한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멋대로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여 ‘질문하지 말고 추모만 하라’ 식으로 언론과 국민을 대했다. 그들이 말하는 추모는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추모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다”라는 정의를 갖고 있다. 그들에게 말한다. 국민과 언론이 원하는 추모는 156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피해자를 대신하여 그들의 죽음의 이유와 책임을 정부에 묻는 것이다. 그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칠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그들 대신 물어보는 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추모이다.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한 이태원 참사 추모기간은 지났으나 이태원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2.11.07 ⓒ민중의소리

정부와 여당은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끔찍한 참사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맹목적인 비판에 소비되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가 잘못하여 사람이 죽었는데 그럼 무엇을 탓하란 말인가.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시민들이 경찰에 이태원 현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참사는 발생했다. 그 대단한 정치는 그날 밤 어디에 있었는가? 시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내편 네편’에 빠진 정당정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에 안전망을 설치하고, 어디서든 언제나 국민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장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통해보이고 싶고, 마냥 슬퍼하고만 싶나보다. 사실 그다지 진실돼 보이지도 않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마음보다 대통령의 책임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니, 사람 좋은 척 그만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어 이에 따른 책임을 본인과 내각이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10.29 참사를 거친 청년 세대가 이번에는 조금 더 힘을 내야한다. 청년 세대의 국가에 대한 불신과 참사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해지는 시간임을 잘 알고 있지만, 8년 전 세월호 참사 시기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20대가 된 지금은 우리가 함께 모여 해야한다. 그렇게 발전했다는 대한민국이 다시 참사를 통해 국가의 민낯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참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정치인들에게만 맡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무고한 청년들의 목숨이 정치적 목적으로 소비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청년 당사자들이 참사 과정의 진실과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정치권에 강력히 주문해야한다.

서로를 위로해야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이태원은 평상시에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교류와 축제의 장소이다. 청년 누구나 그날 밤 그 장소에 있을 수 있었다. 경찰 인력 배치 문제, 미끄러운 경사길, 불법증축 및 무허가 건물로 인한 좁은 골목, 정부의 늑장대처가 문제인 것이지 청년들이 이태원에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일 수 없다. “왜 이태원에 술 마시러 놀러갔냐”며 서로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서로를 위로해야 한다. 안 그래도 분열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러한 참사 앞에서도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청년단체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청년공동행동’ 회원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하다 경찰에 막혀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함께 모여 ‘우리의 공간’을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등 참사에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정치 관계자들이 온당한 책임을 지게 한 이후에 우리는 함께 이태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우리의 생활공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는 ‘청년들이 죽을 수도 있는 공간’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참사가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모여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논의하고, 참사 희생자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을 추모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 있는지 건설적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일어나야 한다. 학교에서 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용기가 안 났지만, 지금은 희생자를 대신해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