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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교통 약자 환자들을 위한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과거 한의 공보의 신분으로 강원도 평창의 한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일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휠체어를 타고 침을 맞으러 오시던 90대의 약사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그 분은 거동이 불편해 혼자 오시지는 못했고, 요양보호사님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하셨을 때만 도움을 받아 함께 오셨습니다.

나중에 이 분과 관계된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사할머니께서 거주하시는 곳은 보건지소 바로 옆옆 건물이었습니다. 제 걸음걸이로 2분 남짓 떨어진 곳, 아주 가까운 데에 사시는데도 이동 문제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진료받으실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현재 재직중인 한의원에도 1주일에 한 번 정도 내원하시는 할머니 환자분이 계십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거동이 불편해, 자녀분이 차로 데려다 주실 때만 오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자식들 눈치가 보여 자주 데려다 달라고는 못 하신다고 하소연 하셨습니다. 앞으론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셨는데, 이유인즉은 아드님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한의원에 오시기가 만만찮게 됐기 때문입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이 변화했습니다.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다가 배달음식을 주문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 익숙합니다. 또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등에 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매해 집에서 택배로 받아보는 것이 일상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만큼은 예외입니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대부분 직접 의료기관을 찾아가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 이용자들은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보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많을텐데도 말입니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 약자들이 좀 더 쉽게 한방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한 때입니다.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홍보포스터 ⓒ대한한의사협회

이같은 환자들을 위해, 최근 정부가 시행한 시범사업이 바로 ‘한의 방문진료’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8월부터 3년 간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총 1348개의 한의원이 해당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됐고, 보건복지부 누리집에선 지역별 참여 기관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증, 장애, 신경계 퇴행성 질환, 수술 후, 인지장애, 정신과적 질환 등으로 인해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사업입니다. 이분들은 시범사업 참여 한의원에 방문진료를 요청할 수 있고, 건강보험에서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시범사업이 시행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치료받기 어려웠던 분들이, 제 글을 읽고 ‘한의 방문진료’를 이용하실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또 시범사업이 충분한 성과를 남겨, 향후에 정부의 정식 사업으로 채택된다면 더욱 기쁘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교통 약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한의 1차의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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