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단내나는 삶] 한 사회의 불행과 성숙한 어른과 성숙한 리더의 부재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서 시민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추모 글을 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한 이태원 참사 추모기간은 지났으나 이태원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2.11.07 ⓒ민중의소리

사회적 참사를 경험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사회 지도층의 공감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는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회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에 인사의 저급한 공감 능력은 많은 사람에게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리더십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감성적 리더십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지금 우리는 이태원 참사의 한 가운데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시대에 맞는 리더십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적능력을 통한 지식의 확장과
사회적 규범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오직 우리의 감정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 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내적 자기와 연결할 수 없고,
그래서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내가 2016년 남성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처음 읽었던 책은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다니엘 골만이 쓴 ‘Primal Leadership(원초적 리더십)’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경영학적인 전문 지식과 우리가 경험했던 강력한 리더십의 기술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감성 지성(emotional intelligence)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는 단순히 경영에 관한 전문 지식보다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고, 모든 조직에서 바로 이 감성적 리더십이 효과적이라고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예를 들어, “훌륭한 리더십은 감정을 통해서 작동한다.” “리더가 긍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끌 때 리더는 모든 사람의 최선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이 효과를 공명이라고 부른다.” “미소가 가장 전염성이 높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와 문화의 폭력성을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부정적으로 이해했다. 즉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미성숙한 행위이다. 또 이성과 논리를 남성적인 속성으로, 감정을 여성적인 속성으로 규정하여 남자들은 감정을 억압하도록 양성되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감정보다는 생존을 위한 기술인 지적능력을 키우는데 더 관심 갖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지적능력으로 소위 명문대 학벌로 자신을 치장하며 권위적인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말할 때 감정은 합리성의 일부이다. 감정은 합리성에 반대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도 “우리는 우리의 지적능력이 우리의 우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좋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격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이끌어갈 수 없고 우리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오히려 감정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그러니 이성과 지적능력에 앞서 감성을 더 끓어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자료사진 ⓒpixabay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도 감정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영성신학자 존 쉐이(John Shea)는 최근 자신의 ‘Adulthood, Morality and Fully Human(성인기, 도덕성 그리고 온전한 인간)’이란 책에서 감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내적 자기를 인식한다고 한다. 성숙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규범과 기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기질을 찾아가는 것이고 종교적으로 하느님께서 만들어 놓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 사는 것이다. “진정한 자기로서 나는 많은 다양한 관계성들의 끈을 엮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내 감정의 주체이거나 중심이다. … 일단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면 우리는 고유한 정체성을 잃게 된다.” 지적능력을 통한 지식의 확장과 사회적 규범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오직 우리의 감정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 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내적 자기와 연결할 수 없고, 그래서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다수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독재자들에 대한
경험 때문에 우리들은 리더십이란
타인의 의지를 꺾어 나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서로 나누는 토론을 피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성찰하도록 권하지 않는 문화이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자신의 삶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이기에 이런 삶을 살지?” 그러나 우리의 삶의 환경은 매우 경쟁적이어서 삶과 관련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로 한다. 또 사람들은 권위적인 문화 환경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불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위계에 의한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폭력이 권위를 부여하고 존경을 강요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했고 어른이 되어 그 행동을 재현한다. 문제는 이런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높은 사회적 지위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서 헌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1.01 ⓒ민중의소리

다수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독재자들에 대한 경험 때문에 우리들은 리더십이란 타인의 의지를 꺾어 나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서로 나누는 토론을 피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갈등은 개인적 의식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여 독립성을 성장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우리의 목적인지 배울 수 있는 것은 갈등을 통해서다. 이렇게 개인의 성장을 통해서 공동체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의 일방적이고 편협한 사고는 공동체의 성장을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미성숙한 리더는 자기관리를 못해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생동감을 소진시킨다. 다니엘 골만은 리더의 “부정적인 감정, 특히 만성적 신경질, 불안 또는 허무감은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여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고 지적한다.

리더십은 기술, 기법, 전략 그 이상을 포함한다. 레오날드 두한(Leonard Doohan)은 자신의 책 ‘Spiritual Leadership(영적 리더십)’에서 “리더십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됨됨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마음의 갈망에 대한 열정적인 응답이다.”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은 리더란 자신의 감정을 통해서 ‘마음의 갈망’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리더십이란 기술이 아닌 자신의 ‘사람 됨됨이’란 의미이다. 나는 리더십이 리더가 내면의 성숙함에 대해 인식하고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방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공동체 안에 어떤 모습과 역할로 어떻게 위치시켜야 하는지 알기에 부드럽다. 그러나 미성숙한 사람은 너무 인위적이어서 거북하고 요란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성숙하고 관계적인 리더에 대한 바람이 단지 나만의 갈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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