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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책임회피 이상민, 후배비호 윤석열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2022.11.11 ⓒ뉴시스

점점 더 노골적으로 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관, 소방관들에게 돌리고, 지휘 책임은 적당한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후퇴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전선에 있던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역대급 책임회피와 비호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따질 때 기준점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어야 한다. 이런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의 재난 예방, 대응 체계를 규정해 놓은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ㆍ대응하는 업무를 총괄ㆍ조정하는 역할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 따라서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규모 참사가 발행했을 때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사 발생 다음 날 장관 입에서 나온 얘기는 ‘경찰력, 소방인력이 배치되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주무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역대급 책임회피 발언이었다. 게다가 이 발언과 그 이후에 이상민 장관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이상민 장관은 자신이 재난 예방과 대처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전혀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렇게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이 아직도 재난 및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장관 자리에 앉아 있다. 이것은 국민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이런 장관을 비호하고 있다. 장관을 비호하기 위해서인지 일선에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바람에 현장에서 고생한 소방서장까지 피의자로 엮여 들어가고 있다.

참사의 책임을 묻는다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분명하다. 첫째,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사전에 수립되지 않았고,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책임은 행정안전부-서울시-용산구로 이어지는 재난 관리 책임기관에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그렇다.

그리고 현장에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경찰 50명은 배치하면서도 기동대 등 필요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경찰 지휘부에 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경찰서에 과중한 부담을 지운 대통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둘째, 작동하지 않은 초동대처 체계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사고 위험을 직감한 시민들로부터 신고가 빗발치는데도, 재난 상황을 파악해야 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참사 발생 전까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적의 공격위협이 임박했다는 보고가 일선에서 빗발치는데도, 국방부에는 상황이 접수되지 않았면 어쩔 것인가? 국방부 장관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어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런데 재난과 관련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예방과 안전관리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설사 시스템에 미비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미비점을 보완하지 못한 책임은 이상민 장관에게 있는 것이다. 더구나 1조 5천억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된 재난안전통신망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재난안전통신망은 2021년 제정된 ‘재난안전통신망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운용되어야 하는 법정 통신망이다. 통신망 구축과 운영책임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있다. 그렇다면 초동대처의 미흡함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이상민 장관에게 있다. 만약 초동대처만 잘 되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법적 책임과 구분되어야 할 정치·행정적 책임

이처럼 재난 예방과 초동대처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만 외치고 있다. 이를 보면서, 실정법상 책임의 정점에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 자신에 대한 ‘정치적ㆍ행정적 책임론’을 무마하고, 핵심을 비켜나가고자 하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법적 책임만을 운운하면서, 일선을 때려잡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태도인가?

만약 이상민 장관이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최측근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책임회피 이상민’과 ‘후배비호 윤석열’의 기막힌 조합이다.

이처럼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것,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참사의 원인 규명을 어렵게 하고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은 더욱 붕괴할 것이다. 위에서는 책임지지 않고 일선에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이 국가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 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정치·행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해야 한다. 유능해야 한다. 그래서 이 거대한 무책임과 왜곡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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