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MBC 취재 동승 거부 윤석열 정권은 왜 이렇게 쪼잔할까?

살다살다 이렇게 쪼잔하고 찌질한 정권은 처음 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 해외순방 길에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타지 못하게 했다는 소식, 그리고 대통령실이 이것을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 주장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생각난 말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한 문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MBC에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 쪼잔하고 찌질한 태도로 드러내서야 쓰겠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거의 뒷골목 양아치들 수준 아닌가?(뒷골목 양아치님들,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심리 상담 플랫폼 ‘레몬심리’가 펴낸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 기분은 내 책임이다. 기분과 태도는 별개다. 내 안에서 저절로 생기는 기분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태도는 다르다. 내 감정은 내 책임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쉽게 말해 윤석열 대통령 기분이 나쁜 건 너님 책임이고, 그걸 이렇게 쪼잔하고 찌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아둔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툭하면 삐져서 보복질이나 하는 그릇으로 무슨 대통령직을 수행한단 말인가?

감정은 전염된다

그런데 내가 정말 이해를 못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 삐져도 그렇지 이런 황당한 결정을 하는데 주변 누구도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하면 맞아 뒤진다는 이상한 룰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다. 그런 룰이 있을 리는 없다. 그러면 합리적으로 추정을 해보자. 내 추정으로 이런 찌질한 일이 결정되는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 뿐 아니라 그 밑에 줄줄이 딸린 자들이 모두 일심동체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다. “MBC는 제껴버려!”, “어이쿠, 그러셔야 합니다, 싸가지 없는 놈들 이 참에 완전 제껴버리셔야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특히 리더의 감정, 그 중 부정적인 감정은 부하직원들에게 매우 강력하게 전염된다. 대통령이 삐지면 밑의 사람들도 덩달아 삐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와튼 비즈니스스쿨의 시갈 바르세이드(Sigal Barsade) 교수 같은 사람은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리더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들의 감정 형성과 팀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한다.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2022.11.11 ⓒ뉴시스

이게 나타나는 대표적 조직이 군대다. 수십 년 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폭언하고 갑질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구성원, 즉 사병들의 개혁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리더가 수십 년 째 그 짓을 하기 때문이다.

이병은 일병의 감정에 전염되고, 일병은 상병의 감정에 전염된다. 병장은 중대장의 감정에 전염되고 중대장은 연대장의 감정에 전염된다. 연대장은 별들의 감정에 전염된다. 그런데 맨 윗대가리들부터 폭력적이다. 부하직원 알기를 개껌처럼 안다. 이러면 이 조직은 절대로 감정적으로 개혁이 안 된다.

부정적 감정은 더 잘 전염된다

감정이 전염된다는 뜻은 행복과 불행 모두 주변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뜻이다. 의학박사이며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Christakis)가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그런데 크리스태키스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총 1만 2,067명의 행복에 대해 연구한 결에 따르면, 내가 행복하면 내 친구, 즉 1단계 이웃의 행복이 15% 상승한다. 2단계 이웃, 즉 친구의 친구의 행복은 10% 증가한다. 3단계, 즉 친구의 친구의 친구 행복은 6% 증가한다. 그래서 크리스태키스는 “행복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인간이 형성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된다”고 주장한다.

이까지만 들으면 즐거운 이야기다.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보면 이야기는 다시 슬퍼진다. 행복과 불행, 모든 감정이 전염된다면 둘 중 어느 것이 더 잘 전염될까? 안타깝게도 불행이 행복보다 훨씬 더 강하게 전염이 된다.

이유는 인류의 진화와 관련이 있다. 인류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사냥에 성공했어요!” 같은 좋은 소식은 나중에 들어도 별 문제가 안 된다. 반면 “우리 마을에 사자가 들이닥쳤어요!” 같은 나쁜 소식은 즉시 듣고 대책을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사회신경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시카고대학교 존 테런스 카치오포(John Terrence Cacioppo) 교수는 “사바나의 연약한 인류가 무사히 살아남으려면, 내 동료가 느낀 공포와 슬픔을 빨리 캐치해야 된다. 그것이 지금 뭔가 우리 부족 주변에 위험한 일이 벌어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한다. 행복보다 불행이 더 강하게 전염되는 이유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행복보다 불행이 더 강하게 전염되는데 하필이면 리더의 감정이 더 잘 전염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처럼 국가의 리더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자세를 가지면 그 부하들도 그 감정에 완벽히 전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찌질한 짓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혼연일체로 하고 자빠진 이유가 이것이다.

실로 한심한 조직인데, 아무리 봐도 그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삐졌다고 방송 취재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를 국익으로 포장하는 폭거가 21세기 벌건 대낮에 벌어지다니, 나라가 쌍칠년도로 역주행을 하는 기분이다. 이게 다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았더니 벌어지는 일이라니 실로 슬프기가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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