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안 된다

최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정부가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 10만 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한미간에 비밀리에 맺어진 합의의 결과로 겉으로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포탄을 제공받는 형식을 띄겠지만 결국에는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친우크라이나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인도적 지원물자 이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10월 28일에도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입장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무기 지원이 확인되는 경우 한국과의 관계 파탄을 경고한 직후 나온 반응이었다.

그런데 WSJ의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 정부의 입장도 마냥 숨길 수만은 없는 형국이 되었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내 부족해진 155mm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한 조처라며 관련 사실을 내놓았다. 다만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은 아니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155mmm 포탄 재고는 우크라이나군 지원의 여파로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라고 알려져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이게 되면서 주한미군이 보유한 포탄까지 보내야 해서다. 이러한 때 우리 군의 포탄 지원은 미군으로서는 단비 같은 상황이 될 것이며 곧바로 우크라이나의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으로 말미암아 우리 정부가 나토의 후방지원군을 자처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러시아를 직접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전쟁을 종식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한가운데서 역으로 화력 강화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니 평화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다.

사실 그동안 폴란드와 체코를 통한 우회적인 무기 수출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나왔지만 이번처럼 미국을 거친 직접 지원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르는 대리전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미여서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세안 순방 와중에서도 러시아에 대놓고 직설적인 비판을 날린 윤 대통령의 태도도 점입가경이다.

북과의 미사일 대결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강대강 정책에 편승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평화를 위한 균형적 외교에 치중해도 모자랄 판에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증대하는 전쟁 외교가 국익에도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을 통한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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