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동산 거품 붕괴, 진짜 조지스트 전강수의 해법

일본 부동산 버블과 닮은꼴...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을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교수가 11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역 인근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폭탄은 이미 터졌다”고 했다. 폭락의 시대, 그 깊이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14년 전,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대폭락’을 이야기 할 때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거품이 거대하다”는 점과 “금리가 과격하게 올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전 교수는 저명한 조지스트다.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은 모두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헨리 조지 사상을 한국 사회에서 실현하는데 전력투구했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불로소득 환원론이 힘을 얻는다. 하락기엔 정반대다. 시장 부양책이 앞다퉈 쏟아진다.

그는 고민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 11일 만난 전 교수는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대출규제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 미시적 시장 조절 정책은 “싹 다 풀어도 좋다”고 했다. “관료들이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부동산·건설 산업 부양을 신경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다만 “토지공개념 강화, 보유세 강화라는 근본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품이 생긴 원인을 분석하고 그간의 정책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교수가 11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역 인근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2008년 하락기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


거시적으로 2008년이 위기의 폭이나 정도는 더 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고, 경제학자들도 그런 상황을 처음 봤다. 위기가 얼마나 커질지 짐작도 못했다. 주목할 것은 한국의 준비정도다. 금융위기 직전 노무현 정부와 최근 금리 급등기 직전 문재인 정부가 달랐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가 정책을 훨씬 잘했다. 정책이 탄탄했기에 별 피해 없이 넘어갔다. 지금은 2008년의 글로벌 위기까지는 아닌데도 불안하다. 문재인 정부 정책이 그만큼 탄탄하지 못했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금리인상도 빠르고, 미국 너무 과격하다. 


2008년 이전 노무현 정부가 탄탄하게 했다는 건 어떤 것인가.


거품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보유세 강화 정책의 질이 달랐다. 종부세만 해도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은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노무현 정부 종부세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덕지덕지 갖다 붙였다. 뭐든 정도를 가지 않으면 부작용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수 따라 차등과세 한 것도 욕 안 먹으려다 그런 케이스다. 똑같은 값의 집을 가졌지만 한 채 가진 사람과 두 채 가진 사람에 차이를 두면 누가 반발 안 하겠나.

보유세 강화도 미숙했다. 그중 하나가 공시가격 현실화다. 그걸 그렇게 급격히 올릴 필요 없었다. 일정 비례 관계만 있으면 됐다. 정확하게 시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만 하면 되는데. 몇 년 안에 100% 달성하겠다했다. 그럼 보유세는 빠르게 강화하겠지만 반발이 커진다. 토지 보유세를 강화한다고 해도 좀 세련되게 해야 했다.

핀셋 규제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핀셋 규제에는 빈틈이 생기고 투기세력은 그 틈을 파고든다. 저금리에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데 장기적 비전 없이 대증요법만 거듭하다 때를 놓쳤다. 거품은 전에 없이 커졌고, 결국 터졌다. 


내년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나.


예측 안된다. 금리가 이렇게 빨리 올라갈 줄 누가 알았나. 우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변수다. 미국이 결정하면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인플레이션 완화 정도를 봐야겠지만 내년까지 고금리 상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제는 기초체력이다. 영끌로 집 산 사람들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여기에 투매심리가 확산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지금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있다. 


1990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가 최근 상황과 유사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총재는 1990년 1.5%였던 금리를 1년 3개월만에 6%로 올렸다. 결국 부동산 버블은 잡았지만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 아닌가.

정책이라는 게 화끈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원칙에 맞게,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때 일본과 닮았다. 부동산 거품이 극대화됐고 미국의 과격한 금리인상에 끌려가는 상황이다. 위태롭다.

당시 일본의 대출은 굉장히 완화적이었다. 우린 다르지 않나.


맞다. 그 부분은 문재인 정부도 제법 잘했다. 참여정부는 금융규제로 부동산 잡겠단 생각 못 했었다. 후반기에 LTV, DTI가 먹히면서 반성을 했다. ‘일찍 못 잡은 이유가 금융규제를 안했다’는 반성이다. 문재인 정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금융규제 방향을 잡고, 처음부터 신경썼다. 그러니 잘 돼 있는 거다. 아주 비관론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일본처럼 된다’고 했다. 당시에도 난 그렇게까지 심각할 거라고 보지 않았다. 이번엔 좀 심각해 보인다. 부채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비관적이다. 

대책은 뭐라고 보나.

정책을 분리해서 봐야한다. 근본에 해당하는 것과 시장 조절용 정책을 분리해 대처해야 한다. 근본에 해당하는 건 장기간 계획 밀고가야 한다. 토지공개념 같은 거다. 나머지 시장의 불안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쓸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두 가지가 병행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근데 규제 당국도,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잘 안한다. 풀어줄 때 다 풀어주고 조일 때 다 조이니까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불과 일년전만 해도 난리가 나고, 무슨 수로도 집값 못 잡는다고 했다가 지금은 거품이 터지고 있다. 십여년 전애도 똑같은 경험했다. 거품이 안 일어나게 했었어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도 지금 상황 어쩌느냐고 하는데 이건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문제인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나. 그 피해를 가급적 줄이는 방안 정도나 생각하는 거다.

거품이 안 생기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너도나도 돈 번다니까 투기에 가담하는 인식이 교정되어야 한다. 아예 안 생기도록은 못하겠지만 적게 생기도록 해야 한다. 이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는 토지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 등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것에 대해 무겁게 과세하는 게 맞다고 본다. 여기에 사회적합의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국공유지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금 30%인데 50% 넘게 확대해야 한다. 두 정책이 양대 축이라고 본다.

소위 진보개혁 진영도 그런 측면에선 인식 바뀔 필요 있다. 투기 대책에만 집중하는 이런 관성에 매몰되면 안 된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생각도 바꿔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 원칙을 가지고 근본적인 걸 지키면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하락기에 규제를 너무 풀어주는 거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은 전체 경제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은 그쪽으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건 좋다. 보통 시민단체나 진보 인사들 보면 한번 만든 규제는 절대 풀면 안 된다는 입장이 많다. 그건 아니다. 지금은 규제를 풀 때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조절해야 하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완화도 비실비실하지 말고 화끈하게 해야 한다.

근본적인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 그 안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나 부동산 부자들을 챙겨주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6천억 삭감한 것 봐라. 그건 안 되는 거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면 전체 경제를 위해 완화해야지 특정 계층을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해서 약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그들의 피해를 줄여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 규제완화는 성격이 좋지 않은 규제완화인거다.

참고로,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은 누가 컨트롤 하나 싶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경제를 모르고, 누군가 알아서 하는데 그게 누굴까. 최근 부동산 정책 나온 걸 보면 완전 엉터리는 아니다. 지난 종부세 개편 때 일시적 2주택자 문제나 상속 문제 등을 캐치해 대처하는 걸 보면 아예 실력이 없지는 않은데...컨트롤 타워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불안하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정말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이 참여정부때 보다 퇴락했다. 그땐 개혁개혁 얘기했다. 근데 지금은 말 안한다. 지금은 어떻게하면 달달한걸 던져 표를 모을까 고민하는 정치인만 많아졌다. 각성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 계열 비판 많이 했다. 그대로 가면 망한다고. 그 이유가 정치인들의 각성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였다. 최근 대선 지나면서 본 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하다는 생각 들었다.

2017년 이재명 후보와 이번 대선 이재명 후보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여건이 달라졌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그땐 후보 될 가능성이 없었고, 이번엔 후보가 되는 거였으니까. 그런 부분이 영향을 미친 거 같다. 그래도 아쉽다. 2017년 때의 색체를 이번 대선에서 절반이라도 유지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후퇴하고 몸을 사린 게 패배의 원인이라고 본다.

아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문재인 정부가 주택 공급을 안 해서 집값 올랐다’고 주장하던 학자, 기자, 정치인들 다 어디갔나. 지금은 공급이 풍부해 바뀐 건가? 시간 지나 급등기가 오면 또 같은 얘기 할 거다. 나쁜거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내가 잘못 했구나해야지. 그런 큰 문제에 대해 잘못판단한 데 대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교수가 11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역 인근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1.11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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