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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한 2022 교육과정 개정안

지난 9일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교육과정이 전면적으로 바뀐다. 2024년 초등 1. 2학년부터 시작해 2027학년도에는 모든 학년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예고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해묵은 이념 논쟁을 되풀이하거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폐기된 이후 '민주주의'로 표기된 부분에 '자유'를 추가한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주의가'가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왔는데, 이번 개정안에 보수진영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다. 교육부는 이번 브리핑에서 "자유의 가치를 반영한 '자유민주주의' 용어 서술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반대다. '자유민주'라는 말은 1970년대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독재정권 시절 '반북.멸공'과 동일시되어 사용된 용어이다.

절차적 하자도 크다. 지난 2년간 교육개정안을 만들어 온 연구진들은 수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고, 개정추진위 회의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상존했는데도 회의 결과를 왜곡해 밀어붙였다. 교육과정심의회 일부 운영위원은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소수자' 용어 삭제도 부끄러운 일이다. 교육부는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제3의 성을 조장하고,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성 정체성의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은 '동성애 얘기를 들으면 동성애자 될 수 있다'는 극우 기독교 세력의 황당하고 비과학적인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무지개행동이 성명에서 밝혔듯이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의 청소년기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등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다.

수많은 교육과정 연구자들이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한순간 수정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무리한 개정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한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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