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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TBS 폐지 조례안’ 강행한 국민의힘, 무지막지하면서 치졸하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15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76명 전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가 되는 현행 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서울시 조례·규칙 심의회 심의를 거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은 2024년 1월 1일부로 끊기게 된다. TBS 연간 예산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이 차지하고 있으니, 해당 조례안 통과로 TBS는 사실상 공중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조례안이 갖는 의미는 명백하다. 국민의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살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프로그램을 두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조례안을 발의하면서도 국민의힘은 “불공정 방송을 도저히 못 듣겠다”고 공언하며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지방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그들은, 이제 방송사 하나 쯤은 얼마든지 없애버릴 수 있다고 여기는 듯 하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언론의 보도 내용 등에 대해 반론하거나 비판할 수는 있다. 공론장에서의 정치적 비판 외에도 정정보도 청구를 비롯한 법률이 정한 여러 가지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정치적 대립이 격화돼 이런 수단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그간의 정치현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때도 정치권은 주로 방송의 지배구조와 같은 제도적 해법을 두고 논쟁해 왔다. 국민의힘처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방송사를 사실상 없애 버리는 것은 그동안 전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MBC나 KBS 등의 공정성은 국회의 단골 쟁점이었지만, 누구도 해당 방송사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이런 일을 실제로 해 버렸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다수 의석만 확보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방송 독립성의 훼손이라는 비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무지막지함이 놀랍다. 앞으로도 다수 의석으로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공론장의 논쟁이라는 민주주의적 방법 대신, ‘돈줄을 끊어 고사시키겠다’는 식의 치졸한 수단을 동원하는 유치함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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