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인정한 법원 판결이 가진 의미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 취소를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1월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자신의 비서인 피해자에게 성희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한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 씨는 지난해 4월 인권위의 결정이 박 전 시장이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주장만 듣고 이뤄진 판단이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인 지난달 17일 박 전 시장 유족 법률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에서 강 씨와 변호인들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셀카’를 찍는 등 친밀했고, 텔레그램 문자 속에 등장하는 “사랑해요” 등의 표현을 문제 삼으며 성희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박 전 시장과 피해자가 나눈 문자에 대해 “이성 간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기보다 부서 동료, 상하 직원 사이 존경의 표시로 보인다”고 일축했고,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해를 당하면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자의적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고, “피해자는 비서직을 수행하며 직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박 전 시장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도 덧붙였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다움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인권위에 이어 법원의 이번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을 포함해 법원에서 잇따라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SNS에선 지금도 각종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이 그런 현실을 바꾸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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