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안보위협’ 기후변화, 그러나 대응이 준비된 군대가 없다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자파라바드에서 가옥들이 홍수로 불어난 물에 둘러싸여 있다. 파키스탄 보건 당국은 최근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한 지역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밝혀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2022.09.02.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군사력의 질과 양은 다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적정 규모의 군대를 모든 나라가 다 보유하고 있으며, 그 존재가치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국민을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데 있다. 그런데 해수면과 기온의 상승부터 심해지는 가뭄과 홍수, 더 강력해지는 산물과 허리케인 및 토네이도까지 기후 변화의 영향은 점점 더 심각해지며 국민과 영토, 국가안보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군대가 없다고 주장하며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포린폴리시 글을 소개한다.  

원문:  The World’s Militaries Aren’t Ready for Climate Change

지난 여름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군사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퍼붓고 있을 때 세계 여러 국가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그 위협은 바로 기후변화였다.

폴란드에서는 군대가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으로 죽은 수천 마리의 물고기를 오데르강에서 건져냈고, 멕시코에서는 몇 주 동안의 가뭄 끝에 군용기가 구름에 요오드화은과 아세톤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려고 했다. 스위스에서는 군대가 바짝 마른 산의 목초지에 있는 목마른 가축에게 물을 공수했고, 10개 이상의 유럽 국가에서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대가 배치됐다. 중국, 인도, 이란, 파크스탄, 우간다,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서로 다른 수많은 국가에서 전례 없는 홍수 때문에 군대가 시민 구조에 나섰다.

동시에 군대 또한 기후변화의 위협에 직면했다. 영국에서는 7월의 폭염으로 공군 활주로가 녹았고 산불이 발생해 전국에서 훈련을 중단했고, 독일에 있는 미군 훈련 시설에서 가뭄으로 안한 화재가 발생했고, 8월에는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8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서울에 배치된 인력과 시설에 홍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번 여름만 봐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국가는 없다. 유럽연합(EU)에서 위기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야네즈 레나르치치가 지적했듯, 여러 국가에서 화재가 빈번한 기간이 길어졌는데 여러 국가가 동시에 화재 진압 지원을 요청하기 때문에 EU의 대응 능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는 문제다.

이번 여름에 군대를 강타한 기후를 보건대 전 세계 국가들은 앞으로 안보 및 방위 태세를 어떻게 갖춰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국의 보안 전략이 기후변화로 증가한 위협을 반영하고 있는지, 기후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고 커진 재난에 대응할 충분한 자원이 있는지, 다른 국가와 공유하는 위험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십이 마련돼 있는지 등등 말이다.

각국 정부와 군대는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검토하고 다른 국가나 지역들을 참고함으로써 새로운 안보, 방위 태세를 만들기 시작할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군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첫째, 현재의 공식적인 군사전략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다른 국가가 가하는 전통적인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 때문에 이번 여름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군대가 우왕좌왕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때문에 군대가 전통적인 위협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대비하지 못한 산불과 가뭄에 대응하느라 군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출가스 감축 등의 완화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군이 전기 비행기와 수소 연료 자동차에 투자하겠다고 작년에 약속한 것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기록적인 홍수와 화재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투자가 중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투자는 미래의 치명적인 보안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목표는 이미 존재하는 위협을 초점을 맞춘 전략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일부 국가는 이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3월에 발표된 EU의 안보 및 방위를 위한 전략적 나침반에 따르면 모든 회원국이 2023년까지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군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4월에는 프랑스 국방부가 기후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재난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부처 간 협력에 관한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8월에는 일본 국방부가 첫 기후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태풍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군 시설을 강화하고 폭염에 견딜 수 있도록 군 장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기후안보전략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와 일본은 이례적으로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었던 초대형 화재와 강력한 태풍을 겪었고, 위기 속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자원이 없으면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군대는 장비와 인력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 특히 올 여름 세계적으로 산불이 많이 나서 많은 국가의 항공 소방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스에서는 공군이 1970년대 비행기를 사용해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세계의 어떤 산불보다 6배 큰 화재를 진압해야 했고, 프랑스의 노후한 비행기들은 정비사와 부품 부족으로 비행이 불가능할 때가 많았다. 이탈리아는 사르데냐의 화재 진압을 프랑스 항공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2년 연속으로 극심한 산불로 여름을 맞이한 알제리에서는 유일한 러시아산 소방 항공기가 고장 났고, 서사하라를 둘러싼 외교적인 갈등으로 스페인과의 소방 항공기 구매 계약이 무산됐다. 한편 영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민간 기업에 위탁하는 대신 정부가 자체적인 항공 소방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미국 국방부에서 기후적응을 담당하는 리처드 키드는 산불 진압 때문에 미국 방위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육군 훈련소에서 가장 더운 5단계 폭염에 해당하는 날도 늘어났음을 지적하며 미군이 ‘열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의 가장 최근 예산 요청에는 이런 우려가 반영돼 기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장비와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비용 31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기후로 인한 재난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국제 군사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활용해야 한다. 파키스탄 한 나라만 보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드러난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번 달에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한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파키스탄군은 구조 임무를 주선으로 하고 실향민을 위한 캠프를 만들고 기금을 모으는 등 정부의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홍수 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국민도 많고, 군 자원을 홍수 피해 복구로 돌리다 보니 다른 안보 위협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미국은 지금까지 파키스탄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군사 훈련을 제공했다. 미군이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방법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력 제고에 훈련을 더 집중한다면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는 미래의 위기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기후 리스크 조기 경보 시스템의 개발 및 통합, 군사 시설 및 장비 기후변화 적응력 평가, 위기에 앞서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을 증대시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군사훈련에 기후변화를 더 강력하게 반영하면 핵시설의 안전이나 극단적인 단체가 위기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을 이용할 리스크 등의 안보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0년 파키스탄 탈레반은 지역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홍수 피해 지역에 많은 지원을 했다.

각국의 정부와 군대는 자원을 함께 모을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연합(AU)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같은 지역 기구는 해당 지역이 직면한 기후 리스크에 맞게 공동소방대를 꾸린 EU 모델을 모방할 수 있다. 현재는 EU 공동 소방대가 임시조직이고 회원국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는 상설조직이 될 예정이며 EU의 지원으로 소방 항공기를 사들이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접근방식은 제한된 예산과 수많은 안보문제가 우선순위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에 경제적으로 말이 될 뿐만 아니라, 이웃 군대와 정부 간의 신뢰를 강화하고 모범 사례를 교환하며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과학적인 결론은 분명하다. 내일 당장 모든 온실가스 배출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향후 10년에서 20년 동안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극단적인 날씨가 증가하고 산불이 확산된다. 군대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를 막론하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될 것이다. 시간을 할애해서 이번 여름의 교훈을 생각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한다면 전 세계의 군대가 자국 영토와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세계를 보다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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