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 시행령 개정 시도 철회돼야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가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찰은 교통체증을 이유로 들었지만 집회·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경찰이 마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재상정 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집시법상 교통 방해가 우려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장소인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도로인 이태원로를 포함해 모두 16개 도로가 추가됐다. 이 ‘주요 도로’ 범위를 개정하는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시행령을 개정하는 이유가 도시구조나 교통상황이 빠르게 변화해 그에 맞게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위는 경찰이 마련한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집회·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규제의 범위 기준이나 사유를 보다 상세하게 보강해 재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는 경찰의 해명이 의심스러운 것은 최근 삼각지역 인근 집회에 대한 불허통보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 집회를 불허통보하고 있다. 경찰은 삼각지역 인근에 신고한 9월 24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10월 29일 양대노총 공공노동자 결의대회 개최를 교통체증을 이유로 들어 불허했다.

경찰의 집회불허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집회 개최자들이 제기한 집회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집회를 허가했다. 법원은 판결하면서 이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심각한 교통불편이 초래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집회가 예정된 곳에서 집회를 개최하지 못할 경우, 신청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은 경찰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근거가 약하고 오히려 시행령 개정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 7월 언론에 보도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 보고서라는 대통령실 문건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노총을 마치 군사조직처럼 묘사하는 이 문건은 대통령실이 어떤 시각으로 집회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경찰의 시행령 개정 시도가 이런 시각의 연장선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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