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건강한 노동이야기]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 ‘안전운임제’

‘안전운임제’ 지키기 위해 다시 파업 준비하는 화물운송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선포했다.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 차종·품목 확대’ 였다. 이들은 오는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낯설지 않은 요구다. 사실 최근에도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있었다. 무더위가 시작되던 6월 7일부터 8일 동안 진행된 총파업은 많은 시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많은 지지와 연대로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들을 과속과 졸음운전으로 몰아가는 ‘진실’ 때문이었다.

지난 파업 때 노조와 정부 간 합의가 이뤄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가 실현되는듯 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에선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이라는 기본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 역시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제도 확대를 재차 요구하며 화물연대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11 ⓒ민중의소리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안전운임제

지난 파업 때 한 언론사의 취재에 응한 22년차 화물운송 노동자*는 본인은 비조합원이지만 파업에 참여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운송료 걱정 없이, 운송료가 얼마냐, 아 저기 가는데 얼마다, 이런 걱정 없이 정해진 규칙대로 그냥 운송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말로 당시 파업 참가자들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순 없겠지만, 아마 많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같은 마음으로 8일을 보냈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파업이 그렇지만, 스스로 일손을 놓는 건 생계에 직격탄일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고용 상태의 노동자들일수록 더 그렇다. 화물운송 노동자 대부분이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다. 이 때문에 이들은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보수·경제지에선 이들이 고임금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다. 그러나 차량을 구매해 지입업체(운송사)에 등록하고 일감을 위탁받아 일하기 때문에, 차량 운행에 드는 대부분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안전도 위협한다. 과거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것은 이러한 조건에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노조 조합원 여부를 떠나, 모든 화물운송 노동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다. 무엇보다 돈을 벌어가는 고용주 격인 화주(貨主)가 정해진 운임료를 지급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책임 부과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치 ‘최저임금’ 같다. 노동자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 확대! 후퇴 없는 법안 통과 촉구! 화물연대 투쟁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22 ⓒ민중의소리

문제는 2020년 도입된 이 제도가 ‘한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이를 단순히 제도 폐지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기준이 아닌, 운수 회사들의 이윤 창출만 고려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말 어렵게 진전시켜 놓은 안전 사회로의 제도적 이행이 퇴행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도 안전운임제 취지에 적극 동의했다. 물론 노조의 요구와 싸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적정운임을 보장한다는 제도 목표에 동의해, 2020년부터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에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당시 배포된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화물차 운임이 운송업체 간 과당 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2005년에도 실제 운임은 38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화물운임이 상승하지 못했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를 긍정하는 내용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정부도 인정했던 진실을, 또 스스로 공약했던 내용을 몇 년이 지나 너무나 쉽게 뒤집고 있다.

산재 예방 효과 톡톡히 발휘하는 안전운임제

다단계 하청 때문에 생겨나는 낮은 운송료와 유류비·차량할부금 등 화물운송에 필수적인 비용을 노동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왜곡된 운송비 구조가 화물운송 노동자를 위험에 내몬다는 사실은 앞선 노동자 부상, 사망 사건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산재보험도 일부 품목만 적용돼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그렇다. 

노조가 지난 2014년부터의 조합원 사망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한국 전체 산재사망만인율이 1.09인데 비해 화물노동자의 산재사망만인율은 6.86으로 일반 노동자의 6.2배가 넘는다. 이런데도 전체 화물노동자의 20%가량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2022.06.10. ⓒ뉴시스

안전운임제는 산재 예방 측면에서도 효과가 뚜렷하다. 제도 시행 후 과적과 과로, 야간운행이 모두 감소해 전반적인 노동위험지수 역시 감소했다. 과적이 급감했는데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은 제도 시행 전 30%에서 10% 수준으로, 컨테이너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29%에서 1.4%로, 시멘트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은 50%에서 27%로 놀라울 만큼 감소하는 추이를 보여줬다.

이는 해당 제도가 노동자 안전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안전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노동자와 시민 모두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9월 22일에 열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입법을 위한 국제사례분석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호주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지난 1979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제도 도입으로 도로 안전이 개선돼 약 205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비드 피츠 그리피스 명예교수는 토론회에서 “뉴사우스 웨일스주의 사망사고 감소율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에서는 1천 200여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화물운송 노동자 전체 42만 명 중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현재 고작 수만 명에 불과하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향후엔 일몰제 폐지 뿐만 아니라 전체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 시민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가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 MBC 뉴스데스크, 비조합원 강 씨는 왜 파업할까? "안전운임제 없어지면 운전 못해요".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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