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이 17일 놀라운 주장을 내놨다. 김 위원은 "MBC를 편파 왜곡방송으로 규정하고, MBC 광고기업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 서명한 사람들이 3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공영방송을 자처하고 있는 MBC와 광고주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지도부에서 특정 언론을 상대로 광고 중단을 강압하는 발언이 나왔다니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김 위원이 인용한 시민단체는 '자유연대'라는 단체로 이 단체를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조작방송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근거와 정당성이 있건 없건 개별 단체에서 하는 행동을 문제삼을 까닭은 없다. 그러나 이를 여당 지도부가 인용하여 불을 붙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김 위원은 "많은 대기업이 MBC 초대형 광고주로서 물주를 자임하고 있다"며 "특히 모 대기업은 수십 년간 메인뉴스에 시보 광고를 몰아주고 있으며, MBC 주요 프로그램에 광고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삼성과 여러 기업들'에게 "MBC에 광고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말까지 했다.
김 위원은 발언은 1970년대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유신 정권은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동아일보의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넣어 광고를 철회시켰다. '돈줄'을 죄어 언론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이 악질적인 언론탄압 사태를 주도한 건 중앙정보부였다. 지금 이와 같은 이야기를 여당 비대위원으로부터 들어야 한다니 그 자체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김 위원의 돌출 발언도 아니다. 18일 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광고주가 (광고를) 주고 안 주고는 기업의 자유겠지만, 한 번 언급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을 두둔했다. 박 의원은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떠드는 집권세력이라니, 제정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