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원준의 경제비평] CPTPP 바로보기⑥ CPTPP의 산업별 영향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자주

정부가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가입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CPTPP 국민검증단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나원준 경북대 교수가 CPTPP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을 몇 차례 씁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CPTPP는 개방 수준이 높아 산업별로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농업, 어업, 제조업의 세 부문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간단히 짚어본다. 먼저 농업이다.

현재 체결된 CPTPP 회원국 간 협정에 따르면 농축산물 무역에 있어서는 96% 이상 품목에 대해 관세가 사라진다. 특히 80% 넘는 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현재 한국의 농축산물 수입에 있어 CPTPP 회원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비중이 약 4분의 1이다. 수입을 많이 하는 순서는 호주, 캐나다, 베트남, 뉴질랜드 순이다. 이들 나라와 한국이 맺은 양국 간 FTA에서 농축산물 수입 관련 개방 수준은 호주 88%, 캐나다 85%, 베트남 75%, 뉴질랜드 85%다. 그런데 CPTPP에서는 이들 나라의 개방 수준이 호주 100%, 캐나다 93%, 베트남 99%, 뉴질랜드 100%까지 올라가 있다. 만약 한국이 CPTPP에 가입한다면 농축산물 무역에서 이 나라들은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농업, 여기서 뭘 더 개방한다는 것인가

품목별로 보면 CPTPP는 아직 개방하지 않은 쌀, 보리, 감자, 대두, 감귤, 오렌지, 꿀, 분유, 고추, 마늘, 양파 등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에 베트남과의 FTA에서는 쌀이 개방 예외 품목이었다. 이에 따라 CPTPP 협상이 시작되면 당장 베트남 쌀 수입부터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쌀 수입을 둘러싼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정에 대해 회원국들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기존 FTA를 통해 개방이 이루어진 품목 중에도 쇠고기처럼 관세를 장기적으로 없애기로 한 품목은 남아있는 관세가 조기에 철폐됨에 따른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멕시코로부터는 열대과일과 육류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검역주권과 국민안전, 식량안보는 버려도 되는가

현재 신선과일이나 열매채소 품목은 개방 여부를 떠나 위생검역(SPS) 조치에 따라 주요 수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그래서 사과, 복숭아, 배, 단감, 자두 등은 신선상태로는 수입되지 않는다. 위생검역 절차가 비관세장벽(관세 외에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으로 역할해온 셈이다. 그런데 CPTPP는 협정문의 제7장에서 이 위생검역 문제를 다룬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검역주권을 제한하고 수입국의 의무를 강화함으로써 SPS가 더 이상 비관세장벽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이나 GMO 농축산물처럼 미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입증이 곤란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수입국이 입증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온당할까. 위생검역은 주권사항이다. 자유무역을 핑계로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전 예방의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먹거리 안전과 건강에 대한 시민의 권리는 침해해도 무방한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00년 30%에서 2020년 20%로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을 추종하며 틈만 나면 경제안보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막상 경제안보의 핵심인 식량안보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 이게 무슨 해괴한 변덕인가.

제주도 내 농·수산업 단체로 구성된 CPTPP가입저지제주범도민운동본부가 9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및 CPTTP 가입 반대를 촉구하는 범도민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추가 개방과 면세유 금지로 내몰리는 어민들, 그들은 죄가 없다

수산물 무역의 경우 CPTPP는 사실상 예외 없는 100% 개방을 조건으로 한다. 현재 한국은 CPTPP 회원국 중에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페루에 대해서는 양국 간 FTA를 통해 수산물 수입을 거의 완전 개방한 상태이다. 베트남에 대해서는 개방 수준이 약 90%다. 일본에 대해서는 개방 수준이 50%에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베트남과 일본으로부터 추가 개방 압력이 예상된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수산물 수출은 주력 품목이 김이다. 그런데 일본은 CPTPP 협정에서 유독 김을 포함한 해초류에 대해서만큼은 개방 예외를 인정받은 상태다. 이는 한국 어민들이 일본에 김을 수출할 기회는 안 늘어나는 데 반해 일본의 다른 수산물은 국내 수입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어민들의 관심은 CPTPP 협정문 제20장의 환경 관련 내용에 쏠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수산보조금 문제가 다뤄진다. 이 문제에 있어 CPTPP는 과잉어획 상태에 있는 어족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조금을 금지한다는 포괄적인 접근을 취한다. 여기서 과잉어획 상태에 대한 개념 규정이 애매해 다툼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직접적인 언급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는 결국 현행 면세유 제도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은 어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 규모가 연간 3조원이고 그 중에서 면세유는 0.7조원 수준이다.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는 어민들의 불안정한 생계기반을 지원하는 안전망이 되고 있다. 따라서 면세유가 폐지되는 것을 어민들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대책이 없다. 그저 수산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개선해 회원국들을 설득하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 어민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농업과 농촌, 어업과 어촌을 한국 정부는 버릴 셈인가

지금은 농업과 농촌, 어업과 어촌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적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지방소멸의 시대다. 정부는 여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농어업을 포기하고 농어민들을 버리는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닥쳐올 식량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금보다 자급률이 더 내려가지 않게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농어업의 탄소중립 산업전환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국토의 균형적 개발은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현 시점에 있어 졸속적인 일방통행식의 CPTPP 가입은 한국의 농업과 농촌, 어업과 어촌을 둘러싼 사회적 과제 해결을 가로막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이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공청회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3.25. ⓒ뉴시스

제조업에서 문제는 일본

CPTPP는 공산품 무역의 경우 전 품목 관세 철폐가 원칙이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CPTPP 가입 시 세부 업종에 따라 이해득실이 서로 다르기 쉽다. 유리해지는 업종도 있고 불리해지는 업종도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출 확대에 따른 산업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일본 때문에 그렇다. 올해 발효된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에서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있어 개방 수준이 약 75%이고 10년 이상 기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자동차나 기계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런데 CPTPP에서는 사정이 영 딴판이다. CPTPP는 개방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관세가 철폐되기까지의 기간도 훨씬 짧다.

일본은 공산물 무역의 여러 분야에서 다른 CPTPP 회원국이나 한국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다. 관세를 낮춰 일본 자국으로의 수입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무역 상대국은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령 한국 섬유산업의 경우 탄소섬유 등 산업용 섬유에서 일본에 대해 기술격차가 비교적 크게 벌어져 있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기계 산업도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 폭이 이미 크다. 자동차 산업은 캐나다, 호주, 페루, 싱가포르의 경우 기존 양국 간 FTA에서 이미 무관세다. 따라서 CPTPP에 따른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 적자가 커질 것이 확실하다. 국산차는 일본에 사실상 수출되지 않는다. 개방을 서두르면 부품업체들 중심으로 입게 될 피해가 크다.

산업적으로도 불리한 CPTPP, 졸속 가입은 답이 될 수 없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일본에 대한 개방으로 인해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자립 기반은 지금보다 약화될 것이 뻔하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이 위축될 위험도 작지 않다. 한국이 일본보다 경쟁력이 있는 스마트폰이나 배터리 부문은 이미 관세가 없는 상태다. 더욱이 스마트폰과 같은 품목에서 일본 소비자들은 혐한 성향이 강해 한국 브랜드로 일본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도 만만치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로봇, 기계, 첨단 소재 및 부품 분야의 기술경쟁력이 향후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CPTPP에 참여하게 되면 일본과의 경쟁에 노출되면서 이들 분야에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기 쉽다. 장기적으로 보면 CPTPP 가입은 농업이나 어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산업적으로 불리한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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