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1.1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이 ‘잠정’ 중단됐다. 11일 윤 대통령 출근길에 MBC 관련 질문이 나왔고, 대통령은 마지막 답은 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후 비서관과 기자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때마침 청사 1층에 윤 대통령이 오가는 것을 기자들이 볼 수 없도록 가림막 설치 공사가 진행됐다. 그리고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될 때까지 약식문답이 잠정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단에 MBC 징계에 대한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취임 다음날인 5월 11일 시작된 약식문답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먼저 취한 조치다. 즉석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며 ‘선진국 대통령 같은’ 유능하고 합리적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전 정부 차별화와 함께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분도 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이해와 소통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고 싶었을 것이다.
홍보효과의 대가는 무척 비쌌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가볍고 얄팍한 인식과 언행이 국정 최대 리스크로 등장했다. 참모와 부처가 대통령의 말을 주워담고 포장하기 바빴다. 기자와 비서관의 설전이라는 해프닝을 중대사안으로 키우더니 목에 걸린 가시 빼듯 약식문답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언론 접촉을 대통령의 시혜와 은덕으로 여기는 듯해 황당하다. “기자들에게 잘해줬는데 너무 무례하다”는 것인데 말한 것처럼 언론이나 국민이 약식문답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정부여당에서 약식문답이 언론에 대한 편의제공이라는데, 그렇다면 강제 내지 선제적 편의제공이랄 수 있겠다. 또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효과를 누린 것은 윤 대통령과 정부다. 대통령 발언이 부른 역풍은 ‘악의적 언론의 조작’이 아니라 왜곡된 인식과 준비 부족의 결과일 뿐이다.
MBC 출입기자 교체 등 ‘만족스러운’ 조치가 이뤄지면 약식문답이 재개될 수도 있겠으나, 다시 한들 누가 편하게 질문을 하겠나. 6개월 만에 사실상 용도폐기 된 약식문답에 대통령실 이전이 겹쳐진다.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결단’과 밀어붙이기에 힘입어 용산 이전과 청와대 개방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명분은 구중궁궐에서 나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데, 옮겨서 달라진 게 없다.
대신 대통령실 이전으로 서울의 정치적 지도(地圖)가 완전히 바뀌었고, 치안당국의 업무도 크게 달라졌다. 혼란한 와중에 대통령실 지척에서 대규모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하급 경찰과 공무원만 희생양 삼고 있다. 영광은 대통령에게, 책임은 하급자에게?
약식문답이든, 대통령실 이전이든 은혜가 대통령 덕이라면 결과도 대통령의 것이다. 혹시 약식문답 폐지한 김에 대통령실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용산 이전의 거의 유일한 명분이 소통이었는데, 이제는 그 한 조각도 사라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