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이 결국 전격 중단됐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예상했겠지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언제든 중단될 일이었다.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에서 한번도 시도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방법”이라고 자찬했지만, 말을 할수록 지도자로서의 낮은 역량만 드러내는 일을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대변인실이 밝힌 공식적인 중단 사유다.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태” 때문이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방안 마련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불미스러운 사태’란 지난 18일 MBC기자와의 설전을 가리킨다. MBC기자에 대한 전용기탑승 배제 조치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수호책임의 일환”이라고 말하자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며 따진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MBC의 윤 대통령 발언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말부터 어이없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윤 대통령은 한 번도 확인한 바 없다. 설명도 없었다. 그래놓고 들리는 대로 보도한 기자를 가짜뉴스 생산자로 낙인찍었다.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 했다는 주장은 ‘관심법’ 수준의 이야기다. 권력자가 남의 내면에 대해 이렇게 제 멋대로 넘겨짚는 게 헌법 어디에서 정당화된다는 말인가.
‘재발방지 방안 마련이 없어서’라는 것은 MBC 소속 해당 기자에 대해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거나 기자실 출입을 정지시키거나 혹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하도록 요구하는 등 이른바 '대책'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만들어 놓은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 규정 제18조는 징계의 범위를 엠바고라 불리는 사전보도금지에 대한 제재가 전부다. 고성이 오고 간 것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안 된다는 조항은 당연히 없다.
정부와 언론 사이에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강압적이고 졸렬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 입에서 군사독재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광고 중단을 압박하는 발언이 나온바 있다. 그래서 이번 일은 그대로 둬선 안된다. 오늘은 MBC라는 언론사가 당할 문제이지만 내일은 전체 언론사를 자신들의 발 아래 두려는 시도로 발전할 것이고, 결국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수호 책임은 국민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