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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이태원 참사 유족 절규에 답해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22일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법률지원 TF’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등 6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참사 24일 만에 유족들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서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진을 품에 안은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를 정부여당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유족들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요구사항은 △ 정부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이들 요구사항은 유가족들의 뜻을 모아 작성한 것으로, 현재 단계에서 최소한의 요구를 담았다고 민변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정부여당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족들이 제시한 6가지 요구사항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사회적 참사가 발생한 뒤에 당연히 했어야 할 일들이다. 참사 발생 후 정부와 여당은 사태 수습이나 유족 지원 대신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자체와 경찰은 ‘보고 받지 못했다’ 발뺌했고, 재난 주무부처 장관이란 사람은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망언까지 했다. 정부여당은 또 ‘꼬리자르기’로 정치적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실무자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자마자 신속하게 수사를 하면서도 장관 등 윗선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하는 데 시간을 보내다가 형사 고발이 되자 겨우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러는 사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정부는 장례비와 위로금은 지급했을 뿐 유족 지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희생자를 숨기고 유족들 간의 만남을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비인도적’, ‘2차 가해’라며 비판했겠는가.

유족들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여당은 기존의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여태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날에도 “유족에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드리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진상 및 책임 규명을 ‘돈 문제’로 왜곡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참사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만 하여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와 치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유족들의 절규에 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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