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초·중등교육 예산삭감에 대학부서 폐지까지, 공교육 포기인가

정부가 사립대 재정 위기 지원을 위해 내놓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안(이하 고등교육 특별회 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고등 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고등교육 특별회계’는 국가장학금과 같은 학자금 지원을 제외한 기존 대학 관련 사업 이관 분 8조 원과 교육교부금 3조 원, 일반회계 전입금 2천억 원까지 총 11조 2천억 원을 고등 평생교육 분야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교육교부금 3조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로 초·중등 교육(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사용하고 있는 재정이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은 이와 같이 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는 교부금 중 약 3조 원을 매년 대학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초·중등교육 예산을 삭감해 대학교육 예산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초·중등교육 재정은 평균 이상을 웃돌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교육과정에 있어 재정 지원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초·중등교육 재정 삭감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이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는 건 재정 확충을 요구한 대학의 구성원들이 지난 30년 간 빠지지 않고 정부에 제기했던 내용이다.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가 이번엔 수치까지 비교하며 이 내용을 강조했다. 언뜻 고등교육 재정 확대 이유를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초·중등 교육은 CECD 평균 보다 높으니 낮춰도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주장에 대해 초·중등교육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과밀학급 해소나 노후 교육환경 개선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해마다 3조 원의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교육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교실현장을 둘러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평균을 맞추겠다며 일방적인 예산삭감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고등교육 특별회계가 사립대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사립대의 재정위기는 지나치게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가뜩이나 적은 정부지원을 서울의 주요대학이 독식하는 등 대학 서열화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의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위한 방안만이 아니라 대학 간 균형성장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고,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정부 책임 하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예산 및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자체에 넘기고, 교육부 내 대학 관련부서를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한 발언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공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교육까지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대체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