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이 줄을 잇자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또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며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과 생존권 요구를 묵살해온 정치권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 행사를 비난하는 것은 말 그대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본격화하는 파업투쟁은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비정규직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앞장섰으며, 안전과 생존권,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2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상시화를, 급식실 노동자 폐암 등이 잇따르는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인력 감축 등이 ‘효율화’로 포장된 공공부문 민영화의 사전조치라고 반대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가 줄지 않는 현장을 바꾸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와 진보정당, 시민사회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와 손배가압류 제한 연내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민주노총과 파업노동자를 향해 ‘경제위기에 무슨 파업이냐’는 낯익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노동자들이 초래한 것이 아닐 뿐더러,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도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해놓고 정부가 합의를 뒤집었다. 노란봉투법이나 건설안전특별법은 입법 요구가 된 지도 오래됐고, 국민적 공감대도 크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반대와 야당의 미온적 태도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 사이 노동자들은 위험 속에 일하다 죽고 다쳤으며, 손배가압류에 삶이 파탄났다.
노동자들의 분노는 출범 이후 줄곧 중대재해법 무력화, 노동시간 연장, 공공부문 효율화 등을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황건적 보호법’이라며 조롱한 여당이나 경사노위 위원장에 영전한 극우인사 김문수의 존재가 집권세력의 노동 인식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엄정한 법과 원칙을 내세워 힘으로 누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독단과 무능을 일삼다 국정목표마저 실종된 정부가 민주노총 탄압으로 국면을 바꾸려 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민주당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현안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졌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몸 사리다 곪아터진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한지 2년반이 됐지만, 노동자들은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한다.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는 민주당의 말이 진실한지 오직 실천이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