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집값의 60%도 안 내는데…‘그것도 비싸다’ 또 부자감세 하는 윤석열 정부

2023년 시장 상황 및 경제 여건 고려해 2023년 하반기 현실화율 재검토...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사실상 폐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공시가격은 시세의 60~70%에 불과해 집주인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공시가격을 시세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공시가 인상 로드맵을 내놨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또 부자감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22일 오후 2시께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 대강당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수정·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유선종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최근 부동산 시장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역전현상 문제가 공동주택 외에도 가격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현실화 계획 시행 이전인 2020년 현실화율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평균 69% 수준이던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1년 70.2%, 2022년 71.5%로 올랐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미만 아파트의 올해 현실화율은 69.4%다. 9억~15억원 미만은 75.1%, 15억원 이상은 81.2%다.

단독주택(표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보다도 더 낮다. 2020년 평균 53.6% 수준이던 단독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지난해 55.9%에서 올해 58.1%까지 올랐다. 가격대에 따라 현재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54.1%, 9억~15억원 미만은 60.8%, 15억원 이상은 67.4%다.

하지만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면 ▲공동주택(평균)은 72.7%→69.0%로 ▲표준주택(평균)은 60.4%→53.6%로 ▲표준지는 74.7%→65.5%로 낮아진다.

아파트 현실화율은 9억원 미만 70.0%에서 68.1%로, 9억~15억원 미만 78.1%에서 69.2%로, 15억원 이상 84.1%에서 75.3%로 감소한다.

단독주택도 9억원 미만은 55.0%에서 52.4%, 9억~15억원 미만은 64.5%에서 53.5%, 15억원 이상은 71.9%에서 58.4%로 내려간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 ⓒ뉴시스


또 유 위원은 2024년 이후의 ‘현실화율’과 ‘목표현실화율’, ‘유형 및 가격구간별로 구분한 목표달성기간’에 대해 2023년 시장 상황 및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2023년 하반기 다시 검토하자던 조세재정연구원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기존 로드맵대로가 아닌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1차 공청회에서 연구 용역을 맡았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장기 수정 계획은 2023년 시장 상황, 경제 여건을 고려해 재검토하자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공공연히 ‘조세연구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차 공청회 전날인 2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제안한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더 강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로 실거래가격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만큼 기존 현실화 계획대로 공시가격을 올리면 ‘조세 저항’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이번 수정안을 토대로 곧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문재인 정부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사실상 폐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수정 계획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현실화 수정계획안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사이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추후 적용할 현실화율까지 부동산 시장의 눈치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겠다는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20년 수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되돌리는 것에 대해 ‘부자감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건 사실상 저가 주택보다 빠르게 현실화를 빠르게 적용한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부자감세’를 위한 조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면 상대적으로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훨씬 크다.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현실화율 감소 폭은 1.19%에 불과한 반면 9억~15억원 미만은 8.9%p, 15억원 이상은 8.8%p에 달한다.

집값 하락기 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아니라 부동산의 과표를 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세율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나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예컨데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에 공정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세율을 곱해 산출하는 식이다.

따라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변동될 경우 67개에 달하는 행정 제도의 기준도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윤석열 정부의 주장처럼 ‘경제사정이 안 좋아져서 세금 걷는 걸 좀 줄여야 하겠다’고 한다면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맞다”며 “무엇보다 정확하게 해야 할 공시가격의 비율을 낮춰 부정확하게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정확한 가격 산정으로 공시가격의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부동산 시장 변동을 이유로 공시가격을 함부로 낮춘다면, 공시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더 높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과도한 세 부담이 문제라면 공시가격이 아니라 세율, 과세표준 등 조정하는 게 맞다. 공시가격은 시세와 연동돼 움직이는 기준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 때문에 정책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침체기니까 이런 방법을 쓰는 것 같은데, 공시가격 현실화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세웠던 계획대로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