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유세제를 아예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

정부가 내년 재산세 부과 기준을 산정에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늦춘 데 이어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출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과 ‘2023년 주택 재산세 부과·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인 평균 69.0%까지 낮추기로 했다. 애초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71.5%)으로 동결하려 했지만,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자 추가로 현실화율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공시가격은 지금도 시세보다 매우 낮다. 이에 따라 2020년 11월 당시 50~70%인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5~15년 뒤 90%까지 올리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사실상 백지화한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춘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공시가격이 같더라도 세금이 낮아진다. 정부는 올해 이 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는데, 내년엔 이보다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보유세든 무엇이든 세금은 법률을 통해 명백해야 한다. 헌법에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세금 부과 기준을 이런 식의 비율 조작으로 결정하면, 사실상 법률이 아닌 정부의 판단에 따라 세금이 정해지는 게 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니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니 하는 여러 요인들을 흔들어 실질적 세액 결정의 기준이 되는 건 조세 체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시장 자체를 교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국제 기준에 비춰 크게 가볍다. 이를 한꺼번에 완전히 정상화한다는 게 무리가 있다면, 그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한번 정한 방향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지지층을 의식해 고가의 부동산에 붙는 세금을 낮추고 싶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세율을 조정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임의로 관련 요인들을 조작해 세금을 낮추는 건 부자감세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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