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농성 중인 노조 지회장을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일이 24일 벌어졌다. 이 지회장은 '스스로 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음에도 경찰은 그를 물리적으로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노조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공동투쟁)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앞 농성장에서 농성 중이던 김선영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은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강제 연행됐다.
자동차판매연대지회는 자동차 판매점의 비정규직 판매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다. 지회는 폐쇄된 현대자동차 영업점의 판매 노동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이날까지 200일이 넘도록 이곳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는 중인데, 경찰과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도 김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농성장에서 출근 선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회 소음과 관련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과 조합원 사이 언쟁이 벌어졌다. 김 지회장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김 지회장 얼굴에 채증용 카메라를 들이댔고, 김 지회장은 이를 피켓으로 막았다. 이때 그 피켓이 경찰관 얼굴에 닿았다는 이유로 김 지회장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김 지회장 연행을 목격한 한 조합원은 "이날 오전 선전 활동을 벌이는 중에 경찰이 전과 다르게 채증하겠다며 조합원을 따라붙고 활동을 방해해 이를 김 지회장이 제지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지회장은 신체 접촉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구호를 적은 피켓으로 조합원과 경찰을 분리하려 했는데, 이때 피켓이 경찰관 얼굴에 닿았다는 이유로 공무집행 방해라는 이유를 들며 연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금속노조는 전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한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두 명의 경찰관이 김 지회장의 양팔을 끌어당겨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김 지회장은 "스스로 갈 테니까 놓으라"는 말을 반복한다. 김 지회장이 "스스로 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경찰관은 김 지회장을 넘어트려 수갑을 채웠다. 김 지회장은 대치지구대를 거쳐 수서 경찰서로 이송됐고, 1시간여 정도 조사를 받은 후에야 석방됐다.
금속노조는 "판매연대지회의 거리 농성은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충돌이 없었음에도 오늘 도발에 가까운 조합원 채증 행위에 이어 이를 빌미로 지회장을 연행한 경찰의 행동은 어떠한 합리적 설명도 불가능한 공권력의 과잉 행사"라며 "금속노조는 공권력의 노동자 인권탄압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경찰은 폭력 행위를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공동투쟁은 "현행법 체포 요건은 심각한 사안(50만원 벌금 이상)이어야 하고, 시급성이 있어야 하고, 거주지가 불분명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즉 공무집행 방해죄라고 주장하려고 실제 있지도 않은 폭행을 억지로 주장하고 표적 연행하며 탄압한 것"이라며 "더구나 스스로 가겠다고 한 사람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투쟁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경찰관의 직권은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최소한도에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공동투쟁은 대치지구대 경찰의 폭력연행과 직권남용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김 지회장에 대한 불법연행과 직권남용에 대해 대치경찰서장은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