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이 논란되는 이유

실패했던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사업 다시 추진하는 서울시... 시민단체들 “매각 계획 철회해야”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뉴시스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공이 보유한 알짜 자산인 용산정비창 부지가 민간에 매각돼 그 개발이익까지 사유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당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함으로써 용산정비창 부지를 기업과 개인 소유가 아닌 모두의 것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게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자산효율화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핵심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9조4억원 규모의 유휴부동산 매각이다. 매각 대상에는 ‘마사회 서초부지’, ‘공무원연금 도로부지’ 등과 함께 용산정비창 부지가 포함됐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용산역 뒤편으로 약 50만㎡(15만1천여평) 규모다. 전체 부지의 69.8%를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역시 국토교통부(25%), 한국전력공사(4.4%)가 보유한 국공유지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유일하게 남은 대형 개발 가능 부지여서 ‘마지막 금싸라기땅’이라고 불린다. 최근 용산에 대통령실이 들어선 데다, 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세가 상승하는 추세다.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29일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각 부처로 부채와 인력 감축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약 6조3천억원 규모의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 계획안을 제출했다.

용산정비창 둘러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자료사진. 2021.02.04 ⓒ국회사진취재단

실패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용산정비창 부지는 현재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계획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6일 용산정비창 일대에 융복합 국제도시, 녹지생태도시, 입체교통도시, 스마트 도시 특징을 모두 갖춘 곳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용산정비창 부지 70%를 업무와 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나머지 30%는 도로·공원·학교 등과 함께 6천 가구 규모의 주거공간을 건설한다는 게 오 시장의 계획이다.

개발사업은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지분율 코레일 70%, SH공사 30%)로 추진된다. 공공이 기반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오 시장은 2007년에도 용산정비창 부지와 인근 서부이촌동을 묶어 이곳을 아파트와 금융·IT 기술 등이 밀집한 업무 지구로 조성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추진했었다. 당시 코레일은 용산정비창 부지를 5조원 정도에 이 사업 민간 시행사였던 드림허브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듬해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2013년 드림허브가 부도나면서 사업은 물론 부지매각도 무산됐다. 이후 용산정비창 부지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사기’라는 오명과 함께 10년이 다 되도록 빈 땅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용산정비창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주택 개발이 가능한 알짜부지다. 문재인 정부시절 용산정비창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및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을 포함해 1만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계획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당 부지에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재추진하면서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은 백지화됐다.

용산정비창 부지 자료사진 ⓒ뉴시스

시민단체들 “용산정비창 매각 계획 철회해야”

지난 11일 기재부가 ‘자산효율화’라는 명목하에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자, 시민단체들은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택지를 팔아 부채를 줄이려고 하는 건 오히려 공공기관 재정 건전성을 악화할 뿐 아니라 기관 혁신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24일 30여개 주거·빈곤·노동·복지·종교·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혁신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포기한 채 무분별한 자산 매각과 민영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용산정비창 부지 매각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이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개발계획을 발표 당시 공공에서 먼저 12조원가량을 투자해 부지·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이 구역을 쪼개 들어오는 ‘공동사업시행자’ 방식으로의 추진을 강조했다. 사실상 용산정비창 부지를 민간에 전량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라는 게 공대위의 지적이다.

공대위는 “서울 도심의 국공유지인 용산정비창 토지를 민간에게 분양하면, 민간 사업자가 도심의 토지를 독점해, 그 지역의 개발이익이 모두 사유화될 뿐”이라며 “이로 인해 용산과 서울의 토지가격과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 공대위는 “무주택자들에게 가혹한 부동산 도시 서울을,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세입자들의 도시 서울로 바꾸기 위해서는, 용산정비창과 같은 서울 도심의 대규모 공공부지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서울시에 ‘더 많은 공공주택들이 필요하다’고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공공택지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50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택지를 매각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집행위원장은 “지금이야 말로 100% 공공개발로 공공성 있는 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이 토지를 계속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대세 하락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국가 재정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용산정비창 부지를 매각하는 하는 건 민간의 막대한 개발 이익만 안겨줄 수도 있다"며 "이런 특혜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지를 살 수 있는 몇몇 대기업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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