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난항에 빠질 위기를 넘기고 간신히 첫발을 뗐다. 24일 오전 국민의힘은 전날의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뒤집으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본회의 일정도 뒤로 밀렸다.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조사대상 중 대검찰청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이미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를 조사대상에서 뺐던 참이다. 조사대상 기관에 대한 쟁점에서 양보를 받은 국민의힘이 원내대표 합의마저 뒤집는 것이야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는 태도이다.
하필 빼달라는 기관이 대검찰청이라는 점도 정권 핵심의 입김이 끼친 것이라는 뒷말을 낳았다. 국민의힘 측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대검에는 수사권이나 지휘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이면 국정조사로 밝히면 될 일이다. 이태원 참사에 경찰이 사전대비를 잘 하지 못한 원인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정부 차원의 마약 수사 강조가 지목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검찰 봐주기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여야는 ‘대검 내 마약 전담 부서’로 질의를 한정하기로 해 다시 합의를 이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이날 보여준 태도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경찰이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수사가 일선 경찰과 소방 등에 치우치고 권력기관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시간만 끌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경찰 수사에 의구심이 높아졌고, 특히 유가족들이 공개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마지못해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변경했으나 앞으로 발목잡기를 하리란 우려는 여전하다.
역대 국정조사는 실망스러운 적이 많았다. 조사대상 기관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증인 선정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국정조사 때마다 반복되곤 했다. 출석한 증인들이 변명으로 일관해도 국회는 수사기관이 아니며 강제조사권한이 없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국정조사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국정조사는 여러 가지로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하지만 모든 우려와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국정조사만의 강점 또한 분명하다. 최근 압도적인 국정조사 찬성여론은 적어도 국회라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대신해서 의혹을 파헤쳐 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대상 기관이나 조사 기간의 한계 등으로 우려가 적지 않으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 추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국민과 피해자, 유가족들의 염원에 부응하기를 기대한다. 이태원 참사마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상을 밝히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국회와 정치가 왜 필요한지 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