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부터 K-콘텐츠 대거 中 진출, 대통령실은 尹 외교 성과로 거짓 홍보

최근 문화 콘텐츠 업계를 솔깃하게 한 대통령실발 소식이 있었다. 한중 정상회담 성과로 중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한국영화 서비스가 재개됐다는 것인데, 과연 맞는 말일까?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22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6년간 중국에서 수입이 금지된 우리나라 영화가 중국 OTT에 게시되기 시작했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화·인적 교류 중요성,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고, 시진핑 국가주석도 공감했다.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OTT 조치를 통해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의 중국 OTT 플랫폼 진출은 중국 당국의 조치로 6년 만에 이뤄진 것이며, 이는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라는 취지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과 한중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22 ⓒ뉴시스

김 수석이 언급한 건 중국 메이저 OTT 플랫폼 중 하나인 ‘텅쉰스핀(텐센트 비디오)’에 홍상수 감독의 2018년 작품 ‘강변호텔’이 ‘장볜뤼관(江邊旅館)’이란 제목으로 상영되기 시작한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실 주장엔 여러 모순점들이 있다.

홍 감독의 ‘강변호텔’은 한중 정상회담 열흘 전인 이달 4일부터 텅쉰스핀에서 상영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한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은 지난 4개월 전인 지난 7월 이뤄졌다.

또한 이 영화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말부터 이미 중국 문화 콘텐츠 시장엔 다양한 한국 콘텐츠들이 진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배우 나문희 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오! 문희’가 중국 전역 극장가에 개봉됐고, 올해 초부터는 여러 한국 드라마가 중국 TV 및 OTT 플랫폼에서 상영됐다.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가 지난 1월 중국 후난위성TV와 자사 OTT 플랫폼 망고TV에서 방영됐고 지난 3월에는 무려 네 편의 한국 드라마가 중국 OTT 플랫폼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예진·정해인 주연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艺)에 방영된 것과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이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비리지리(哔哩哔哩)에 공개된 것은 모두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다. 모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의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을 통해 올해 3월 일괄 소개됐다.

그럼에도 김은혜 수석이 한중 정상회담 1주일이나 지난 시점에 회담 성과로 홍상수 감독 영화 사례를 언급한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해당 영화 상영이 정상회담 전 실무협의를 거친 결과라고 하기도 어렵다. G20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은 막판까지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고 순방 현지에서 당일 오전에 확정됐다. 사전에 의제를 구체적으로 조율할 만한 실무협의가 이뤄졌을 리 만무했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정도의 상견례 수준의 정상회담이었다는 점을 대통령실 순방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민중의소리’에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시진핑 주석과 통화 등을 통해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11월 정상회담까지 지속적으로 중국 측과 소통했음을 브리핑과 알림 등을 통해 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 영화가 텅쉰스핀에 상영되는 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의 꾸준한 소통 결과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미 복수의 한국 콘텐츠들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된 사례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6년간 중국에서 수입이 금지된 우리나라 영화가 중국 OTT에 게시되기 시작했다”는 김 수석의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중국 당국이 6년 동안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내리고 있었다는 취지인데, ‘한한령’이라는 건 애초에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한국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진출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한한령’이라고 일컬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조치가 아니라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해왔던 것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OTT에서 한국 영화 스트리밍을 허용한 것이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냐’는 질문에 “중국은 여태껏 소위 ‘한한령’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제가 알기로는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이미 여러 편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들여와 방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브리핑 후 국내 언론에서는 한한령 해제 기대가 고조된다거나, 미디어 관련주들이 들썩인다는 등,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작부터 모순일 수밖에 없는 소식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접하고 있는 셈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