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입김과 친윤의 반대·기권·불참으로 흔들린 국정조사의 시작

반복해서 흔들리는 ‘여·야 합의’...국정조사 왜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나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 ⓒ국회방송TV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가 24일 220명 의원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제외하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거의 모든 여·야 원내 정당이 합의한 계획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기권·불참이 있었던 탓이다. 국정조사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뒤집고 수정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때문에 불안하게 닻을 올렸다. 이미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협의에 참여한 뒤 국민의힘의 요구로 조사 기간·대상 등이 축소된 상태였지만, 합의 뒤에도 합의된 계획서 수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국정조사 대상을 추가로 제한해야 했다. 이는 ‘경찰·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 때를 연상케 했다.

이같이 국정조사가 불안하게 닻을 올려야만 했던 이유는 대통령실의 의중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회를 다녀가면서,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위한 첫 회의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고,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급하게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뉴스1

정무수석이 다녀간 뒤
바뀐 국회 공기 흐름
의원총회 불참한 친윤
반대표 던진 윤핵관


여야 최초 합의 이후, 대통령실에서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통령실의 불만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국회 방문으로 나타났다.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이진복 정무수석은 국회를 직접 방문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났다. 이 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사실 좀 목적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또 ‘국정조사 대상 중 대통령실이 많이 빠지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실이 많이 빠진 게 뭐가 있느냐, 경호실 하나 빠졌다”라고 답했다.

당초 야3당 계획안에는 국정조사 대상으로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도 포함됐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인력이 집회시위 관리 및 마약수사에만 집중된 이유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려면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두 곳이 빠졌다. 다만 ‘대통령 국정상황실’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조사대상 기관으로 남겼다. 이 수석이 “빠진 게 뭐가 있느냐”라며 발끈한 이유는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조사대상 기관 중 경찰이 인력을 집중했던 마약수사와 관련해 연관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검찰청을 대상 기관으로 포함했는데, 국민의힘은 이 수석이 다녀간 뒤 합의를 번복하고 대검을 빼자고 요구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 수석이 언급한 “대상이 아닌 기관”은 대검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합의를 주도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이 내게 왔던 것은 아니다”라며 “나는 중간에 다른 일이 있어서 나갔기 때문에 의원들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협의가 됐다는 얘기가 있지 않느냐’ 등 관련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흔드는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23일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승인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국정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단이 위임받아 협상하되 많이 양보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많이 양보 말라’는 조건부 승인은 국정조사를 내켜 하지 않는 의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후 어렵게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에 이르렀지만, 합의를 흔드는 여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검찰 출신인 김도읍 의원은 24일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한민국 법상으로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 운영과 검찰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런 의견을 원내대표에게 말했다”라고 밝혔다. 또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참여 방침을 의원들에게 설득하는 24일 의원총회에는 장제원·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이 불참했다. 이들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의원들이다.

야당의 양보로 이미 합의된 내용까지 수정해서 다시 국정조사 계획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렸지만, 12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21명의 같은 당 의원들은 기권했으며, 같은 당 상당수 의원은 본회의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본회의 투표에서도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윤한홍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 수행팀장 출신인 이용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권성동·이철규 의원 등은 아예 본회의 투표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이용 의원의 경우 지난 10일 비공개 의총에서 “여당이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 원내대표를 저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때를 기점으로, 이태원 참사 직후 국정조사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주호영 원내대표의 입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참사 유가족들이 여당을 찾아온 뒤에서야, 여당도 입장을 슬쩍 바꿨다.

이번 국정조사 합의가 번복됐다가 수정된 후 어렵게 통과되는 과정은 ‘검·경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 때와 비슷하다. 올해 4월 국민의힘을 이끌며 더불어민주당과 ‘경·검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을 협의한 검사 출신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결코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측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부정적 입장을 전달한 뒤, 입장이 180도 뒤바뀌기 시작했다. 갑자기 여야 합의를 두고 “무효”라며, 해당 법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을 향해 “반헌법적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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