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플레이 투 언)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위메이드가 자사의 암호화폐인 '위믹스(WEMIX)'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에 대해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업비트 측은 "단독 결정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5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향을 밝혔다.
앞서 닥사는 전날인 24일 위믹스에 대해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각 거래소의 공지를 통해 밝혔다. 현재 위믹스가 상장된 거래소는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4곳이다. 공지에 따르면 거래 종료일시는 오는 12월 8일 오후 3시다. 출금은 내년 1월 5일 오후 3시까지 가능하다. 닥사는 올해 초에 있었던 '테라 사태'를 계기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지원 종목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을 위해 구성한 협의체다.
닥사는 지난달 27일 위믹스에 대해 유통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차이가 났다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닥사는 기본 2주와 기간 연장을 통해 총 4주의 소명 기간을 거쳐 결국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닥사는 위믹스 상장 폐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이라고 설명했다.
위믹스 거래중단 공지 ⓒ홈페이지 캡쳐
위메이드 "업비트 갑질"...업비트 "단독 결정 아냐"
장 대표는 상장 폐지 결정을 거래소인 업비트가 주도했다고 보고 맹비난했다. 그는 "(위믹스) 유통계획을 제출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뿐"이라며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4주 전에 문제가 됐을 때 거래소와 업비트에 유통량의 정의와 관리 가이드라인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입장은 '뭐든 내면 우리가 보고 숙제 검사해서 얘기해줄게'였다"면서 "기준도, 가이드라인도 없는데 거래 종료시킨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장대표는 상장 폐지 결정 과정에서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거래 지원 종료 사실도 거래소 공지를 보고 알았다"면서 "어제 오후 5시까지도 소명 자료를 제출했지만 무엇이 불충분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가상자산들과는 달리 위믹스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문제의 시작은 위믹스의 유통계획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라면서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코인들을 보면 유통계획이 없는 코인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 중단까지 할 중요한 것이라면서 다른 코인들에게는 유통계획을 받지 않느냐"라고 따졌다.
장 대표는 "가상자산이라는 사회적 재산을 다루는 기업의 이런 처사는 사회악"이라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상장 폐지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8일 거래지원 종료 전에 (가처분) 결과 받아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형사상 책임질 게 있다면 그것도 묻겠다"고 밝혔다.
상장 폐지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위믹스의 사업축은 이미 글로벌에 있다. 국내 거래소에 거래되는지 여부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상장 폐지는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공언한 장 대표의 태도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해당 발언은) 당시 가지고 있는 정보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이 영향을 미쳐 상장 폐지시킨 것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이고 (거래소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의 발언으로 위믹스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는 "위메이드가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지겠다. 그 책임은 대표인 제가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측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업비트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닌 닥사 회원사들이 모여 소명자료를 분석한 뒤에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위믹스를 거래지원하는 4개 거래소가 모여서 심도있게 논의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고심을 거듭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장 폐지 결정으로 인해 위믹스의 가격은 폭락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위믹스는 전날 대비 70% 폭락한 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위메이드의 주가 역시 전일 종가 5만6,200원에서 29.89% 하락한 3만9,400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