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살고 싶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총파업 상경투쟁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임금 차별 해소, 죽지않고 일할 권리 쟁취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학교 급식실 조리사를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25일 하루 일터를 떠나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총파업을 한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로에서 정규직과의 임금 및 복지수당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반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학비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앞서 8일 조합원 찬반 투표로 총파업을 결정한 바 있다. 총파업에 찬성 의사를 표한 조합원만 8만 명 이상이었다. 이날 연대회의는 “전국 1만5천개 학교 10만 조합원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중 6만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학비노조가 가장 큰 규모로 연대회의 총파업에 참여했다. 정규직과의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폐암 발병 등 산재 위험까지 떠안으면서 대정부 총파업에 대한 참여 열기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실 노동자가 산재로 인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임금 차별 해소, 죽지않고 일할 권리 쟁취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이미선 학비노조 부위원장은 “건강한 급식을 책임져온 급식 노동자들이 폐암으로 고통을 받으며 집단산재 신청을 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스스로 살기 위해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이태원에 놀러갔을 뿐인데 158명이 국가의 외면에 의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희생을 당했다”며 “학교 급식실에서 교육당국의 무시 속에 노동자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건 또 다른 이태원 참사”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의 무시가 계속되고 있다며 학비노조는 분노를 표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가 교육청에 문제 제기를 하니) ‘학교장들이 식당주인도 아닌데 (급식실을) 왜 관리감독하냐’고 하더니, 오늘은 식당주인 행세를 하며 밥을 하라고 한다”고 황당해하면서 “교육감에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급식실 환기시설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바로 공사 시작하라. 학교 급식실 종합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노조-교육부-교육청 3자 협의체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지금 예산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에도 요구한다. 학교 급식실 폐암 대책 마련과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왜 폐암으로 죽어나가야 합니까”며 눈물의 기습시위를 벌였던 학비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영상을 통해 이날 다시 여의대로에 울려퍼지기도 했다. 이들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돈이 없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회로 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사람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그게 큰 욕심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총파업을 지지하는 다른 조합원들도 “살고 싶다”, “환기시설만 제대로 됐다면 살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조합원 1000명이 무대로 나와 노래 ‘꿈을 꾼다’를 합창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또한 이들은 폐암 등 산재로 세상을 떠난 학비노조 조합원들을 한명씩 호명하면서 “더이상 우리의 동료를 떠나보지 않겠다”, “우리가 행복한 학교, 안전한 학교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임금 차별 해소, 죽지않고 일할 권리 쟁취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합창을 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정규직과의 임금 및 복지수당 차별 해소도 총파업대회의 핵심 요구다.

교육공무직으로 불리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9급 공무원 1호봉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근속이 오래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에 연대회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평가에 근거해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연대회의가 조합원 투표로 총파업을 결의한 후 중앙노동위원회는 연대회의와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간 임금교섭 조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결국 조정은 중지됐고, 연대회의는 총파업에 이르게 됐다.

또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등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에 백승재 학비노조 부위원장은 “복리후생 차별 말라는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그에 대해 차별을 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며 “그런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법원 판결도, 국가인권위원 권고도 무시하고 있어. 이러면서 무슨 공정과 상식을 말하냐”고 비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임금 차별 해소, 죽지않고 일할 권리 쟁취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이번 총파업을 이끈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포와 차별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숨 죽이면서 학교를 지켜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이 없는 세상,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런 와중에 3년 만에 총파업을 결단하고 여의대로를 분홍물결로 가득 채운 학비노조 조합원들을 향해 박 위원장은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2022년 하반기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총파업대회에 참석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10년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믿고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왔다. 이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꼭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며 학비노조를 격려했다. 

같은 시각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여의대로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서울교육청 앞에서 각각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연대회의 차원에선 총 5만 명의 조합원이 총파업대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교육당국은 이날 교육 현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체 급식과 단축 수업을 실시하고 교직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급식실이 정상 가동될 경우에는 식단을 간소화하고, 이외에는 도시락이나 빵·우유 등 대체식을 마련해 급식을 제공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임금 차별 해소, 죽지않고 일할 권리 쟁취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1.2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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