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 등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대통령실도 업무개시명령 불응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하는 등 협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24일 밤 페이스북 글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25일 이 같은 방침을 한 번 더 알렸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게시글을 그대로 언급한 뒤, “법에 따라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 명령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방침은 평소 화물 종사자들이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안전운임제 적용이 어렵다거나 이들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 태도에 비춰보면 모순적이다. 정부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용어 대신 ‘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은 오히려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인데, 저희가 집단 운송거부라고 얘기하는 게 아마 그런 특수성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그것을 면밀히 검토해 보는데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화물연대는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간에 대한 강제노동 명령은 대한민국이 민주국가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특수고용노동자, 즉 자영업자여서 안전운임제를 적용하는 게 적절치 않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하려는지 의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멈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강경 대응 협박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에도 위배된다”며 “OECD 국가 중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어서 불가능하다면서 이들 국가가 비준한 원칙에 반하는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파업에 돌입했었는데, 당시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다음날 바로 일몰제 폐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번복했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도 “안전운임제가 화주에게 불리한 제도”라며 제도를 손보겠다고 하고, 국회에서도 법 개정 논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는 화물 종사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총파업에 나선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도로 위 화물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2020년 도입된 제도다. 화물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으로 운행하지 않아도 되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제도가 논의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3년 일몰제 형태로 변형됐고, 2022년 말이면 안전운임제 효력이 끝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