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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물연대 파업에 명령과 처벌부터 들고 나온 정부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과 '엄중한 대처'를 들고 나왔다. 놀랍게도 이런 엄포는 주무 부처 장관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도 했다.

보수언론과 재계는 매일같이 하루 손해가 몇천억 원에서 몇조 원에 이른다며 아무 근거도 없는 숫자 놀음을 이어가고 있다. 항만 기능이 마비되고 건설 현장에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연히 파업은 손해를 감수하는 행위다. 그리고 지금 가장 손해를 보고 있는 건 '그날 벌어 그날 생계를 이어가는' 화물 노동자들이다. 화물노동자들이 하루 일당을 포기하면서 일을 놓고 있다면 그 이유를 해소하는 게 정부의 임무다.

윤 대통령이 압박 카드로 내세운 업무개시명령은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개시명령은 2000년대 들어 화물 노동자들의 단결이 가시화하자 부랴부랴 삽입한 조항이다. 그러나 입법 당시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고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지금 화물노동자들을 '노동자'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 그런 사업자들에게 '영업을 계속하라'는 건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만날 예정이다. 하루 뒤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만난다고 해서 화물연대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국토부가 새롭게 얘기할 것은 없다"며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도록 실무 준비를 마쳤다"고 압박했다.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미 국민적 합의를 거쳤다. 지난 6월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약속을 어긴 건 정부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힘으로 노동자들의 무릎을 꿇리겠다는 속셈인데, 아마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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