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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지역 발전’ 예산이라지만...‘복지 축소 신호탄’ 해석 나오는 배경

복지 사업 대거 균특회계로 전환…재정 부담 지방정부 전가 따른 사업 축소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종로구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7.19. ⓒ뉴시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 사업을 지방정부 자율에 맡기는 회계 처리가 이뤄졌다. 명분은 ‘자율 강화’이나, 실상은 복지 사업 재정 부담을 지방정부로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복지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28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나라살림연구소의 내년도 예산안 분석을 종합하면, 일반회계 계정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로 전환되는 보건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분야 사업은 총 8개다. 예산 규모로는 1조 700억 수준이다. 해당 사업의 올해 예산은 9,700억원으로, 천억원 정도 증액되는 셈이다.

균특회계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예산을 배부해, 지역별로 사정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기획·집행하게 한다는 취지의 회계 계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격차 해소와 지방분권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균특회계 예산 증가 자체는 지자체의 예산 운용 자율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건 복지 사업을 균특회계로 넘겼다는 점이다. 지역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할 복지 사업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 사업이 축소·폐지될 우려가 있다. 그간 정부가 복지 사업을 균특회계로 편성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내년도 균특회계 사업 500여개 중 교통·물류(152개)와 국토·지역 개발(104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방 소도시와 농촌 등 취약지역에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규모 기준으로 보면, 균특회계 사업 총 12조 7천억원 가운데 1위는 하수관로 정비(9천억원), 2위는 재해위험지역정비(7천억원) 사업이다. 3위는 산학연협력 고도화 지원(6천억원) 사업으로, 대학을 보유한 지역의 특색이 반영돼있다.

복지 사업이 균특회계로 전환된 건 이례적이다. 적어도 지난 6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2017~2023년도 세부사업 예산편성현황을 확인한 결과, 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분야 사업은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 사업뿐이다. 사업 목적을 보면,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부합하는 사회 서비스를 지자체가 직접 기획·제공해 지역 주민 복지 증진에 기여”라고 설명한다. 보편적 복지 외에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번에 균특회계로 바뀐 사업은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복지 사업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분야 사업이 이렇게 대거 균특회계로 넘어간 적은 없었다”며 “보편적 복지 사업의 균특회계 전환은 균형발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0.27. ⓒ뉴시스


한도 정해진 회계 계정에 복지 사업 추가…기재부 보완조치는 ‘미봉책’

균특회계는 크게 지역자율계정과 지역지원계정으로 분류된다. 자율계정은 일정 분야 내에서 지자체가 사업을 구상해 정부에 지원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반면, 지원계정은 중앙정부가 사업을 구상해 지자체에 예산을 내리는 하향식이다. 자율계정이 상대적으로 지자체 자율성을 보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자율계정 경우 지자체별도 한도가 설정된다는 점이다. 각 지자체는 자율계정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보조금을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이른바 포괄보조사업 개념이다. 시도별 한도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결정한다.

자율계정으로 분류된 사업이 늘면, 각 지자체는 한도 내에서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예산이 줄어드는 사업이 발생하게 된다. 가령 A시 자율계정 한도가 100억원인데, 해당 계정으로 분류된 사업 규모가 총 110억원이면, 중앙정부 지원 10억원은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지자체는 복지 사업을 기존보다 축소하거나, 복지 사업을 유지하는 대신 다른 사업 비중을 줄여야 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은 “지자체의 정책적 판단과 재정 여건에 따라 지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 상황에 따라 예산 규모를 줄일 경우 복지 사업 등에서 수혜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균특회계로 넘어간 사회복지 사업 가운데 자율계정으로 분류된 사업은 3개다. 규모가 가장 큰 건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지원 사업이다. 1,900억원 수준이다. 자율계정과 제주특별자치도계정(자율), 세종특별자치시계정(자율)을 합친 수치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 시설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 놀이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방학 중에는 정오부터 7시까지, 학기 중에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운영한다.

전국 4,300개 센터에서 11만명의 아동이 시설을 이용 중이며, 차상위·다문화·장애인·조손·한부모 등 취약계층이 약 68%를 차지한다. 자녀를 사설 학원에 보낼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지자체 판단에 따라 센터 정원이 줄거나 폐업하면 취약계층 아동이 학교를 마치고 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 사업에는 550억원가량이 책정됐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만 6~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체육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국 761개 센터에서 약 1만 9천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 사업은 지자체가 자율계정 사업을 선택할 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 지자체가 우선순위를 선정할 때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국고보조율이 있다. 사업 운영비에서 중앙정부 재원이 지원되는 비율을 이른다.

가령 서울 지역 지자체에 대한 지역아동센터 인건비의 국고보조율은 30%이며, 센터장 기준 약 300만원으로 책정된 월급 가운데 약 100만원만 중앙정부가 부담한다는 의미다. 나머지는 지자체 예산을 활용해야 한다.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 사업의 서울 지역 인건비 국고보조율도 30%다. 복지부 소관 의료 분야 사업은 국고보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운영인력 인건비의 80%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의 파견의료 인력 인건비의 국조보조율은 50%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2016년 ‘국고보조금의 포괄보조금 전환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포괄보조사업 선택 시 보조율이 높은 사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괄보조사업의 실링(ceiling·한도) 재원 부분을 확대하는 것이 집행률 제고와 사업 선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뒤집어 말하면, 포괄보조사업 한도를 늘리지 않은 채 보조율이 낮은 복지 사업을 자율계정으로 넘기면, 사업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도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2023년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예산안 편성지침’에는 균특회계 자율계정으로 전환된 복지 사업은 3년간 포괄보조사업 보조금 한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보완조치가 담겼다. 기재부는 “과소 투자 등 신규 전환 사업 추진 시 우려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계속사업의 안정적 추진 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보완조치는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에 미흡하다. 3년 이후에는 복지 사업이 지자체 판단에 달리게 된다. 손 전문위원은 “보편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복지서비스가 균특회계 전환에 따라 지자체마다 달리 공급되는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며 “부작용 방지를 위한 별도 한도 3년간 유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9차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11.07. ⓒ뉴시스


재정분권 전제 없는 복지 사업 지방이양 우려

이번에 균특회계로 전환된 복지 사업이 향후 지방사무로 이관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사무로 이관된 사업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다. 지방세 확대 등 재정분권이 전제되지 않는 지방사무 이관은 사업 축소·폐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지방사무 이관은 지방분권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6개 부처가 소관하는 400개 사무를 일괄이양했다. 약 2년간의 논의를 거쳤다. 핵심은 지자체 재정 확보였다.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조정하는 등 지방세 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2단계 재정분권이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지방세법과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소비세를 4.3%p 인상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등 연간 5조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담겼다.

내년도 적용되는 지방사무 이관 사업은 총 298개로, 전년 261개 대비 31개가 늘었다. ‘일반회계-균특회계-지방사무’로 이관되는 사업이 점차 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자체 재정 확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강은미 의원은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일반회계를 균특회계로 이관하고 한 2~3년 있다가 추가적인 재정분권 없이 사업만 지방으로 이양해, 지역 재정을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지방이전이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균특회계로 돌려놓고 1~2년 지나면 결론적으로는 다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역밀착형 사업이 더 효과적으로 잘 될 수 있도록 했고, 이 방식은 올해 처음 하는 것이 아니고 지난 정부에서도 꾸준히 이런 방식으로 많이 편성해 왔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반론을 이어갔다. 그는 “부처 사업으로 예산을 그냥 두면 되지, 왜 균특회계로 전환했느냐”며 “지역 자율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자율계정으로 줘야지, 왜 지원계정으로 주느냐”고 따져 물었다. 하향식 예산인 지원계정은 지자체가 특색에 맞는 사업을 구상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는 균특회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원계정으로의 전환은 실효성이 미비한데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건,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복지 사업을 향후 지자체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일반회계에서 균특회계로 넘어가는 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분야 사업 8개 가운데 5개가 지원계정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요양시설 확충, 장사시설설치,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등이다. 특히 노인 돌봄 사업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보편성이 강조되고 있다.

강은미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 시스템이 떨어지는 지역에 추가로 집중 지원해 수준을 맞추는 방식은 바람직하지만, 전국에서 진행하는 보편적 복지 사업을 균특회계로 내리는 건 균특회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지방분권 차원에서 최저선 바깥의 선택적 복지는 지자체 자율에 맞기는 게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지 사업의 균특회계 전환은 지방사무 이관을 통한 재정 부담 전가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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