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현직 대통령 지키기 위해 무시된 국민의 기본권

지난 23일,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자택’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원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내달 3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인데, 여야가 합의를 이룬 만큼 이어지는 법사위 심사 그리고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법률 개정안 추진에 우려가 크다.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되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후 경찰은 집시법 11조의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규정을 확대 해석해 금지 통고를 했다. 그때마다 법원은 관저와 집무실은 엄연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 등의 이유를 들어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허용했다. 입법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할 경우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분에도 반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집회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참가자 수의 제한이나 방법, 시기, 소요 시간의 제한 등 같은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집시법 11조를 폐지해 근본적으로 집회 금지 장소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고, 지난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의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구역에 포함시키겠다는 여당의 주장에 동조하고, 전직 대통령의 사저 주변까지 추가한 민주당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서 벌어진 극우단체의 집회·시위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도 궁색하다. 최후의 수단인 집회 금지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을 찾는 것이 먼저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