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업무개시명령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노동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엿새째 파업 중인 화물연대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민생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또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면서 “불법과 절대 타협하지 않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은 이행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화물운송 종사 자격도 박탈할 수 있다. 결국 정부 말을 듣지 않으면 화물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겠다’는 협박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걷어찬 셈이다. 이번 조치에서 갈등의 조정과 중재라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인식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책임은 다섯 달 동안 손 놓고 있었던 정부에 있다. 지난 6월 파업 뒤 정부는 화물연대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그 뒤 줄곧 대화에 응하지 않다가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은 그대로 둔 채 일몰 기한만 3년 연장하겠다는 안만 제시했다. 협상장에 나타난 국토교통부 차관은 자신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토부 장관은 화물연대 요구가 담긴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협상 결렬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키운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준수해야 할 규범인 법은 입법 과정의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한 입법에서는 이해당사자의 동등한 참여와 협상이 필수다.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 역시 입법의 문제다. 화주와 화물연대 노동자가 각축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파업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헌법 상의 기본권에 속한다. 이것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다. 강제노역에 해당될 수 있고 기준도 모호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업무개시명령 발동이야말로 오히려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법의 자의적 적용’이다.

윤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운운한 것도 어이가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경쟁정책이나 재벌개혁 등과 같은 해법이 나와야 한다. 지금 정부가 이를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조합에 대한 증오 선동에 이용하라고 나온 얘기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그 의미나 제대로 알고나 하는 얘기인지 의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노동 현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보면 과거 군부독재 시절을 방불케 한다. 노동조합 혐오와 반 노동자적 인식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듣는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런 수준의 인식으로 다양한 이해가 경합하고 갈등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노릇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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