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폭탄’ 피해 당사자들,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단식 농성 돌입

0.3평 철장 농성자 유최안 등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부터 택배노동자들까지,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손해배가해상 압류 피해당사자들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30 ⓒ민중의소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에게 470억 손해배상'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에게 20억 손해배상'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투쟁에 나섰다가 사측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은 이들이 30일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손해배상 폭탄의 발단이 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필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피해당사자들인 이들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하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곡기를 끊었다.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이날, 민주노총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노조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노란봉투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를 뚫고 노조법 개정안을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시작했다.

단식 농성에 나선 이들은 총 6명이다. 자신을 0.3평 철장 속에 가뒀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을 비롯해, 강인석 부지회장, 이김춘택 사무장과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성욱 본부장,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등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노동자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CJ대한통운은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택배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도, 택배노동자들도 현실적으로 회사가 청구한 막대한 액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한 손배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하청 업체는 원청이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발뺌만 계속했고, 원청은 우리에게 진짜 사장이 아니라고 얘기한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죽을 수 없기에,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지만 그 대가는 뻔히 보이는 결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 부지회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더욱더 가혹해지고 있다"며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2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정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되면서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좌우하는 원청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특수고용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등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사용자와 근로자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노조법 3조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지만,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CJ대한통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기준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은 "택배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어 보고자 많은 투쟁을 했었고, 그 결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었다"며 "하지만 CJ는 사회적 합의 이행은커녕 오히려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CJ대한통운은 저희들이 대화를 요청한 점거 농성에 20억원이라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화답했다"며 "저희는 노조법 2, 3조 개정에 특고노동자들의 권리를 저희 스스로 되찾겠다는 각오로 힘차게 투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단식농성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법"이자 "진짜 사장 책임법", "손배 폭탄 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농성단은 "노조법 2·3조 개정은 사용자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무게추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 단식자들은 이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한다. 우리 몸속 남아있는 모든 진기를 소진시켜서라도 반드시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불꽃을 피우고 이를 완성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농성단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원내 1당인 민주당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반대, 여론의 추이 등을 이야기하며 법안 상정과 처리에 보여주는 미온적인 태도, 나아가 한 몸인 노조법 2조와 3조를 분리해 사고하는 움직임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번 회기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날 정의당도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정미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노동자들이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기업과 협상할 수 있을 권리를 지켜주고, 그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들이 응징보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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