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을 멈춰 세상을 바꾸자

마가렛 대처의 길을 걸으려는 윤석열을 저지하라

2013년 4월 8일 노조 파괴와 민영화라는 두 수레바퀴를 통해 영국 최악의 신자유주의를 이끌었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신자유주의자들과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의 금융자본은 뜨겁게 그를 추모했지만 진보진영은 그를 추모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진보 영화감독으로 칸 영화제에 무려 14회(역대 최다)나 초청받은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켄 로치(Ken Loach)는 대처의 가는 길을 이렇게 저주했다.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쟁 입찰에 부쳐 최저가에 낙찰시키자. 장담컨대 대처는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

9년 전 죽었던 대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마침내 대처의 길을 걸으려 결심한 듯 보인다. 노조만 박살을 내면, 민영화만 제대로 해내면 대처처럼 자신도 우파들로부터 영웅으로 대접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그것이 드러난 사태가 바로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하루 14시간씩 위험한 도로를 달리는 운송 노동자들에게 귀족 노조의 딱지를 붙이고 그들을 말살하려 한다. 마치 1980년대 초반 탄광노조 탄압을 시작으로 영국 노조를 궤멸에 가까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대처의 악행을 연상시킨다.

대처와 윤석열은 닮아도 너무 닯았다

이뿐이 아니다. 지금의 윤석열 정권은 대처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대처는 총리 취임 이전인 1970년 교육부장관 시절에 아이들의 우유 급식을 중단해 악명을 떨쳤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생각나지 않는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그 오세훈 말이다.

1984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반대하며 영국의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을 때 대처는 국영 탄광을 폐쇄하고 2만 명의 광부를 해고했다. 이 파업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됐는데 결국 대처 정권은 승리를 움켜쥐고 노조를 거의 파탄을 내 버린다.

아둔한 영국 민중들은 이에 열광했다.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약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 열광한다. 탄광 노동자들을 사회악으로 몰아붙인 대처의 강공에 대해 민중들의 연대 의식은 약화됐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2.03 ⓒ민중의소리

“그래 너희들 때문이야”라며 노조 악마화에 동조하는 민중들도 늘어났다. 대처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영국 민중들의 연대 의식은 이때 박살이 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자랑하던 영국의 복지 시스템도 이 시기 완전히 무너졌다.

그 결과 영국의 산업 구조 또한 엉망이 돼버렸다. 생각해보라. 지금 영국이 먹고 사는 이유가 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이 없다.

대처 이전 때만 해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강국 노릇을 했던 영국은 지금 시티오브런던이라 불리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허울뿐인 강국으로 완전히 퇴보했다. 이것이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불렸던 대처의 유산이다 .

대처가 남긴 차별과 혐오의 정치 또한 윤석열 정권을 연상시킨다. 대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을 옹호하는 대표적 선진국 지도자였다.

오죽했으면 그는 넬슨 만델라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조차 했다. 베트남 이민자를 ‘보트 피플’이라 부르면서 혐오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며 여성 혐오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지도자 윤석열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노동자의 가장 강력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멈출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이 힘이 노동자에게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10년 동안 종합일간지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종합일간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 노동자들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달리 기자들이 아니었다. 기자들이 파업을 하면 연합뉴스 등으로 대체해서 신문을 발행할 수 있다. 신문사를 ‘멈출 수 있는 힘’이 기자에게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문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노동자가 누구일까? 바로 인쇄 노동자들이다. 인쇄 노동자들은 윤전기를 멈출 수 있다. 이 멈출 수 있는 힘이 노동자들의 의식을 증진시킨다. 지금도 내가 일했던 그 언론사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진보적인 의식을 갖춘 노동자들은 바로 인쇄 노동자들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강력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를 멈춰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싸울 수 있다. 그들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는 이유이며 그들이 지금도 진보적이고 열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3년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하며 외쳤던 구호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였다. 나는 지금까지 들었던 구호 중 이토록 노동자들의 본령을 깨우치는 훌륭한 구호를 본 적이 없다. 우리 노동자들은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19년 뒤인 지금 다시 한 번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그 위대한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그래, 우리 다 함께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노동자를 멈춰 세상을 바꾸려는 윤석열의 폭주를 저지해야 할 때다.

대처가 사망한 지 나흘 뒤, 영국 ‘아이튠스’(iTunes) 차트에서 ‘딩동, 마녀가 죽었다(Ding-Dong the Witch Is Dead)’라는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마녀를 추앙하는 사악한 악마, 대처의 유령을 자처하는 윤석열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딩동, 윤석열이라는 악마가 사라졌다’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까지 물류를 멈추는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멈출 수 있는 힘을 가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위대한 투쟁을 뜨거운 마음으로 지지하며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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