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먹튀를 막아라’ 한국와이퍼 노동자의 목숨 건 단식농성 한달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6일 오후 국회 농성장 앞에서 ‘한국와이퍼 청산 철회 단식농성 30일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단식농성자인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 일본 덴소(DENSO)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와이퍼의 일방적인 폐업으로 300명 가까이 되는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장과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이 한국와이퍼 폐업 철회를 촉구하는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돌입했지만, 한 달이 되도록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 분회장과 이 지부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30일째를 맞은 6일 오후 금속노조 경기지부 운영위원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덴소 한국지사인 덴소코리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한국와이퍼의 위장청산 철회, 대체생산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일본 덴소 측은 한국에 만든 자회사 한국와이퍼엔 고의적으로 적자만 남기고 이익은 본사로 몰아준 뒤에 한국와이퍼를 돌연 청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먹튀(먹고 튀다)’, ‘기획청산’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덴소 자본이 100% 출자한 회사로, 생산품인 와이퍼를 덴소 한국지사인 덴소코리아를 통해 현대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2차 부품사다.

한국와이퍼가 일본 덴소의 계획대로 청산되면 노동자들은 내년 1월 1일이 되면 사실상 해고자가 된다.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노사가 맺은 고용보장 협약을 어기는 일방적인 청산이라 노조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와이퍼가 희망퇴직을 종용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한국와이퍼가 다른 회사로 매각이 된다면 노동자들도 고용승계가 되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덴소코리아는 ‘매각이 아니라 청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와이퍼 폐업에 대비해 이미 대체생산이 다른 회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노조는 사측이 경영난 때문에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깨기 위해 기획청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덴소코리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 분회장과 이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핵심 이유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한국와이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만 할 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덴소코리아를 특별근로감독을 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엔 여전히 응답이 없다. 한국와이퍼로부터 와이퍼를 납품받고 있는 현대차도 불법 대체생산에 눈을 감고 있고, 한국와이퍼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시도 회사 지원만 있을 뿐 일방적인 폐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6일 오후 국회 농성장 앞에서 ‘한국와이퍼 청산 철회 단식농성 30일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중의소리

그 사이 한국와이퍼는 지난 5일 두 번째 조기퇴직 일정을 공지하면서 계속 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미 분회장은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 유도가 또다시 시작됐다. 어제부터 사측은 지금 위로금을 합의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갈 때 한 푼도 없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와이퍼가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된 이유가 부제소 합의를 전제로 한 희망퇴직 유도에 따른 노조 지배 개입 혐의 때문인데, 여전히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고용노동부에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정부는 얘기하지만,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단체협약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규선 지부장은 “고용보장을 약속한 합의서가 있다. 그런 약속이 없었더라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종권인 고용은 보장해야 한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노동자들은 약속을 지키라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30일째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속한 60여 개 사업장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와이퍼 기획청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사업을 접고 떠난다는 외국 자본은 앞에선 고용보장 거짓 약속을 하고, 뒤에선 기획청산 불법 대체생산을 해도 이걸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며 “반대로 회사의 약속을 믿고 성실하게 일해온 노동자들은 노사가 직접한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이 참담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단식을 멈추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6일 오후 국회 농성장 앞에서 ‘한국와이퍼 청산 철회 단식농성 30일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단식농성자인 이규선 경기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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