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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인앱결제 갑질’ 4개월째 조사만 하는 정부

방통위, ‘인앱결제 강제 사실조사’ 올해 결론 내기 힘들듯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자료사진)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애플·원스토어 등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강제' 문제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연내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8월부터 약 4개월째 구글·애플·원스토어 등 앱 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강제'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조사에 대해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통위의 조사 결과 발표는 해를 넘겨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조사에 대한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달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은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예상 시기를 말씀드릴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고 밝혔다.

4개월 동안 구글·애플 조사한 방통위..."소송도 대비"


방통위는 지난 8월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해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시행된 지 5개월 만에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지난 2021년 9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적용됐다.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의 결제시스템 등 특정 결제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지난 2020년 구글이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모든 앱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인앱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 30%를 게임 외에 모든 앱에서도 받겠다는 것이 구글의 의도였다. 이에 '구글 갑질'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미 인앱결제를 모든 앱에 의무화한 애플의 행태도 지적됐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국회에서 구글·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을 막는 법을 제정한 것이다. 구글·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앱마켓 사업에 제동을 거는 법을 만든 것은 한국이 최초였다.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의 빈틈을 노린 꼼수로 법망을 우회했다. 구글은 제3자 결제시스템을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약간 낮춰 26%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름만 '제3자 결제'일뿐 사실상 구글이 제공하는 결제시스템 위에 제3의 업체(PG)를 통해 결제만 가능하도록 한 구조였다. 4% 낮아진 수수료도 제3자 결제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기존과 같거나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갔다. 애플도 앱스토어에 구글과 같은 방식의 제3자 결제시스템을 내놓아 해당 법에 대응하고 있다. 

당초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의 취지는 인앱결제가 아닌 앱 밖, 인터넷 웹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아웃링크'를 허용하는 것이었다. 앱 밖에서 이뤄지는 결제이므로 구글·애플이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다.

이 같은 법의 취지는 구글에 의해 차단됐다. 구글은 지난 6월부터 인앱결제와 구글이 제공하는 제3자결제, 둘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아웃링크를 포함한 다른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아예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음악 플랫폼, OTT(온라인 영상 서비스) 등 앱의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만큼 이용료를 인상한 것이다.

문제는 국민앱인 카카오톡에서 터졌다. 지난 7월 카카오톡의 업데이트 버전이 구글플레이에 등록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카카오톡이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와 관련한 공지 화면에 외부 웹 결제창으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유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카카오톡이 아웃링크를 빼기로 결정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방통위가 카카오톡의 사례를 살펴보고 사실조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방통위의 사실조사 대상에는 구글·애플과 함께 국내 앱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도 포함됐다.

방통위의 조사 결과는 다른 감시기구의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앱결제 문제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하고, 지난 7월에는 같은 혐의로 경찰에도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 6월 구글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두 기관 모두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의 행정 주체인 방통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연대 박순장 사무처장은 "아직도 경찰에서는 수사 중이라고 한다"면서 "아마 방통위 조사 결과와 다르면 곤란하니 방통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에 대한 신고도 공정위에 접수된 상태다. 지난 9월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애플이 수수료를 과다징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애플이 부가가치세를 제외하지 않은 매출액에 30% 수수료율을 적용해 실제로는 33%의 수수료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애플은 이달 8일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된 소비자가격이 아닌,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낼 수 있도록 앱스토어 가격 정책을 개편했다.

방통위가 구글·애플이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소송전이 예상되는 것도 조사결과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결과와 관련해 "(사실조사 결과는) 결국 소송으로 갈 건데 제재하고 처분하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소송 관련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의 조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 중소 앱 운영사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이미 (조사결과 발표를 하는)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좀 빨리 이 부분에 대해 눈에 띄는 그런 액션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해를 넘기는 것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조사 결과가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결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앱 개발자들은 구글·애플 수수료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 서범강 회장은 "공식적으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소비자는 100원이라도 싼 걸 찾기 위해 노력하니까 현장에서는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자료사진) ⓒ정의철 기자

유럽 규제에 애플, 타사 앱마켓 허용 가능성도...한국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인 구글·애플의 인앱결제를 규제하는 법안은 한국이 세계 최로로 법제화했지만, 실효성은 해외에서 먼저 발휘되는 분위기다.

EU(유럽연합)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지난 7월 통과시키고, 오는 2024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시행을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게이트키퍼)을 특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들 플랫폼들이 DMA 시행에 앞서 준수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주는 셈이다.

이에 애플은 아이폰 등에서 제3자 앱 설치가 가능하도록 개방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플레이 외에도 '원스토어'를 통해 앱 설치가 가능한 것처럼 아이폰 등에서도 앱스토어 외에 제3의 앱 마켓을 통한 앱 설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만일 애플이 제3자 앱 설치를 개방하면 앱 개발사 등은 앱스토어 결제수수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원스토어'는 현재 구글플레이보다 낮은 5%~20%의 결제수수료를 받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정책은 유럽에서 우선 실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로 확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DMA에 대해 애플이 미리 적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은 앱마켓의 결제수단 강제 행위만을 제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공정위도 DMA와 비슷한 기준을 가진 심사지침 제정을 준비 중이지만, 이를 통해 앱마켓 시장을 감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예규)'를 올해 내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해당 심사지침은 지난 1월 행정예고가 됐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그동안 의견 수렴과 수정 작업 등을 거쳤다.

해당 심사지침은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반 여부를 심사할 때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심사지침에는 DMA의 '게이트키퍼' 개념을 도입해 이용자의 접근성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을 살펴 온라인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평가한다. 또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멀티호밍 제한' 등 행위를 위반 행위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앱스토어(자료사진) ⓒ애플

다만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한 문제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으로 주무부처가 이미 방통위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해 공정위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앱마켓이 구글·애플의 독점 시장인 만큼 자사 앱마켓에서만 앱을 등록하고 업데이트를 지원하는(멀티호밍 제한)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선 공정위가 살펴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해당 심사지침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 만큼 실제 제정된 심사지침은 행정예고된 내용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제정 과정 중에 있다"면서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금지 등 관련 규정에 저촉이 된다고 할 때 플랫폼 사업자 경우에는 이런 심사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애플의 앱마켓 독점행위로 신고가 접수될 경우에 대해서는 "위반 신고가 된다면 플랫폼 사업자의 위반행위 여부를 검토할 때 활용될 수는 있다"면서 "다만 인앱결제에 대해서는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이 있기 때문에 이중제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사지침을 통해 앱마켓 규제의 여지를 열어 놓는다고 해도 심사지침이라는 한계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공정위의 심사지침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엔 행정소송을 하게 되면 공정위가 이 심사지침으로 법원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예규에 불과한 만큼 결국 현행법의 틀 안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치원 변호사는 "최근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다. 공정위가 단속하고 제재했다고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하는 경우가 낮다는 것"이라며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에는 전례가 없는데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구글·애플의 앱마켓 시장 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방지하는 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월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에서 규정하기 애매했던 온라인 플랫폼을 정의하고, 기업결합, 플랫폼 내 자사우대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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