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 위기 ‘단식 44일’ 한국와이퍼 노동자 병원으로 긴급 이송

울산 현대자동차에 ‘원청 책임’ 요구...일본 원정 투쟁도 돌입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지난 6일 오후 국회 농성장 앞에서 ‘한국와이퍼 청산 철회 단식농성 30일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단식농성자인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 일본 덴소(DENSO)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와이퍼의 일방적인 폐업과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장이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2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 분회장은 단식농성 44일째인 전날 밤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녹색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최 분회장은 결국 단식농성을 중단했지만, 그와 함께 지난달 7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은 중단 없이 단식농성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한국와이퍼는 일본 덴소 기업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덴소는 2018년부터 수차례 한국와이퍼의 고용불안을 조장했다. 그때마다 노동조합은 사측과 단체협상 등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그러나 지난 7월 7일 한국와이퍼는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노조와의 합의를 뒤엎고 회사 청산을 일방적으로 공지했다. 이에 따라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노조는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불가피하게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기획적으로 청산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덴소가 이미 다른 공장에서 한국와이퍼에서 생산되던 물량을 대체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는 점, 회사 내부 문건에 기획 청산 계획이 담겨 있었다는 점 등이 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근거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된 청산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와이퍼에서 18년째 근무하던 최 분회장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최 분회장은 회사 청산을 반대하면서 고용노동부에 일본 덴소의 한국지사인 덴소코리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는 아무것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한국와이퍼는 ‘조기퇴직제도’를 계속 밀어붙이면서 회사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는 “외국 투자 기업의 횡포와 만행”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오는 22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와이퍼는 생산품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덴소의 한국와이퍼 청산과 불법 대체생산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원하청 상생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작 하청사 죽이기에 동참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현대자동차가 하청사 노동자의 고용과 생산 생태계의 건강한 유지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원청 현대차의 책임과 역할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와이퍼 노동자를 선두로 전국의 금속노동자가 울산에 집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3명의 한국와이퍼분회 원정투쟁단이 일본에 입국했다. 원정투쟁단은 현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협력을 받아 덴소 본사 면담 투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정투쟁은 2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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